해마다 되풀이되는 대학가 ‘논문 구입 갈등’… 정부는 뭐하나

입력 2018-01-17 05:05

예산 줄어드는데 구독료 오르는 탓… 해마다 논란 반복

대학 구입 예산비율 전체 0.75%
전자저널 비용 증가와 대조

해외논문 협상은 절대적 불리
“현장 의견 제대로 반영 못해”
대학들 컨소시엄 이탈

국내 논문 협상도 지지부진
“정부가 주도해야” 목소리 커져


대학과 업체 간 논문 구독료 협상이 가까스로 일부 타결됐다. 연초부터 시작된 대학들의 논문 구독 중단 보이콧 사태도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 연구원들은 2주 넘게 양측 간 기싸움의 볼모로 잡혀야 했다. 구독료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매해 반복되면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대도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11일 논문 서비스 업체인 사이언스다이렉트(SD), DBpia, KISS와의 논문 구독료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컨소시엄 소속 대학들은 지난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논문 구독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SD는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 등이 연구를 위해 반드시 열람해야 하는 해외논문 다수를 독점 보유한 업체다. 2015년에는 SD와 Wiley 두 업체가 전체 전자저널 구입비에서 차지한 비중이 63%에 달했다. 논문 보이콧 결정으로 대학원생 등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한 대학원생은 SNS에 “논문 어떻게 쓰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논문 구독 가능한 아이디를 공유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컨소시엄은 지난 14일 SD와 구독료를 연간 3.9%, 다년 계약 시 3.5∼3.7% 올리기로 합의했다. 당초 SD가 제시한 4.5%보다는 낮아진 것이다. 이 결정으로 지난해 21억4876만원을 구독료로 낸 서울대는 올해 2100여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런 실랑이는 매년 반복돼 왔다. 논문 구독료에 책정할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들에서 전자저널 이용자들이 늘면서 해당 구입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도서관의 자료구입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전자저널 구입비용은 2012년 1341억에서 2016년 1563억으로 22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학 도서관의 전체 자료구입비용 총액은 2012년 2487억에서 2016년 2418억으로 줄었다. 총예산 대비 자료구입 예산 비율도 평균 0.87%에서 0.75%로 낮아졌다.

예산이 부족한 탓에 대학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고, 구독중단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대학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가 컨소시엄을 주도해 협상에 대신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2016년까지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케슬리(KESLI)컨소시엄과 교육부 산하 케리스(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 컨소시엄이 직접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협상 단일화와 비용절감을 위해 케슬리 컨소시엄으로 통합되면서 보이콧 사태까지 발생했다.

상당수 대학은 연구소와 기관이 속해있던 케슬리 컨소시엄이 대학가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컨소시엄에서 이탈했다. 그 결과 대교협이 협상을 주도하다보니 오히려 협상력이 떨어졌다. 황인성 대교협 조사분석팀장은 “대학에 투자한 정부 예산 수십억이 논문 구독료가 돼 해외로 나가는 셈”이라며 “과거에 협상을 주도했던 국가 주도 컨소시엄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논문을 주로 제공하는 DBpia, KISS와의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DBpia가 제시한 조건에 따르면 대학은 전년도 대비 연간 240여만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