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지휘봉 잡은 후 승승장구
4-3-3 전술로 빠른 축구 구사
리그 6연패 유벤투스 제치고 선두
축구 선수였지만 프로 무대를 밟아본 적도 없던 그는 은행원을 주업, 축구 감독을 부업으로 살아왔다. 그가 바로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를 질주 중인 SSC 나폴리의 마우리치오 사리(59) 감독이다.
16일 현재 나폴리는 16승 3무 1패(승점 51)의 성적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나폴리는 6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유벤투스(16승 2무 2패·승점 50)를 제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폴리에서 태어난 사리 감독은 어릴 때부터 나폴리의 팬이었다. 축구를 했지만 선수로서는 재능을 보이지 못한 그는 프로 무대 진출엔 실패한다. 피렌체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아마추어 선수로 뛰기도 했고 1990년부터는 하부리그 팀에서 감독도 맡았다. 2002년 6부 리그 팀인 AC 산소비노의 감독을 맡고 있을 때 그는 주업인 은행원을 그만뒀다. 당시 그는 “더 높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 축구 감독직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하부리그에서 단계적으로 감독 커리어를 쌓아온 사리 감독은 2012년 2부 리그 엠폴리를 맡으며 이름을 알린다. 사리 감독 지휘 하에 엠폴리는 2013-2014시즌 2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 세리에A로 승격된다. 2014-2015시즌엔 15위에 올라 세리에A 잔류에 성공했다.
2015년 사리 감독이 나폴리를 맡을 때 나폴리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980∼90년대 나폴리의 전성기를 이끌어 지금도 추앙받고 있는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는 “그가 좋은 사람은 맞지만 나폴리를 맡을 정도의 그릇은 아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리 감독은 첫해였던 2015-2016시즌 나폴리를 세리에A 2위에 올렸다. 지난 시즌은 3위로 마쳤다. 차곡차곡 준비해온 사리 감독의 축구가 올 시즌 절대 1강으로 불린 유벤투스를 위협하면서 더욱 빛나고 있다. 나폴리의 상승세에 사리 감독을 인색하게 평가했던 마라도나조차 “나의 발언이 실수였음을 인정한다. 그가 이끄는 나폴리의 축구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사리 감독은 나폴리에서 4-3-3 전술을 구사하며 경쾌하고 빠른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훈련 때 선수들의 세밀한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드론까지 띄우는 열정을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사리 감독은 세리에A 감독 중 가장 현대적인 토털 사커를 구사한다”며 “로렌조 인시녜, 조르지뉴 등을 앞세워 세리에A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은행원 투잡’ 사리 감독, 세리에A 나폴리 전성시대 열다
입력 2018-01-16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