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구인] 정부 ‘일방통행식’ 단일팀 추진에… 스포츠계 ‘속앓이’

입력 2018-01-16 19:44

“분명히 잘못된 것인데 정색하고 얘기하지도 못하고 힘들어 죽겠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둔 스포츠계가 단일팀 논란에 끙끙 앓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묵과한 채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는 정부의 일방적 태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서다.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일축하긴 했지만 한때 피겨스케이팅, 봅슬레이 종목의 단일팀 추진설도 나왔다. 문제는 정부가 이 중차대한 사안을 각 종목 단체나 대표팀과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아이스하키뿐만 아니라 설왕설래했던 각 종목 단체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하나같이 “정부로부터 단일팀과 관련해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불편해 했다. 하지만 정부와의 관계에서 을이나 다름없는 이들은 대놓고 반박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대외 발언에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일부 체육인들은 “우리 선수들이 단일팀 때문에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하지만 매체에 소개되면 전화기를 끄거나 기사 제목 수정을 요구하는 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팀 선수들은 “평창올림픽만 바라보고 지난 4년간 땀을 흘렸다”라고 호소해 왔다. 그런데 자칫 자신의 주장이 뜻하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까봐 최근에는 말을 삼가하고 있다. 결국 스포츠의 주인공이자 당사자들이 단일팀 추진 상황을 멍하니 지켜만 봐야하는 처지가 돼버렸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처음 언급했을 때도 스포츠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 장관은 “선수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불쑥 안을 내놓았다”는 여론의 비판에 한발짝 물러나면서 파문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는데 7개월 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올림픽 출전을 갈망하는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메달도 못딸 종목에 북한 선수들 끼워넣으면 어떻냐’는 사고 아니면 이런 졸속 대책을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체육계 관계자의 일침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박구인 스포츠레저부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