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42년 목회를 마치고 나서 또다시 섬김의 길을 걷고 있다. 은퇴와 동시에 ‘섬김 후원회’를 만들어 학생들과 해외 선교사, 독거노인 등을 돕고 있는 조정용(76·서울 신월중부교회) 원로목사와 사모 양남순(71)씨가 주인공이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주일인 지난 14일 서울 양천구 교회에서 만난 조 목사 내외가 여태껏 품고 살아온 삶의 신조다. 1970년 결혼한 이들 부부의 신혼은 초라했다. 10㎡(약 3평)가 채 안 되는 신혼방에서 사과 궤짝으로 찬장과 그릇장을 대신했다. 아내 양씨는 결혼반지와 목걸이를 전당포에 가져가 빌린 돈으로 보따리장수에 이어 양장점을 운영하면서 남편 목회를 뒷바라지했다.
결혼 5년 만에 철거민들이 이주해온 지금의 양천구 신월동에 방 2칸, 20㎡(6평)쯤 되는 교회를 개척했다. 조 목사는 좋은 여건에 다른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지만 한사코 거부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어려운 이웃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식탁에는 혼합 곡으로 지은 밥에 김치가 전부였다. 어려운 삶 속에 조 목사는 신장질환의 일종인 신우신염을 앓게 됐고, 만성 신부전증으로 악화돼 2013년 신장 이식수술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웃 섬기는 일에는 양보가 없었다. 쌀과 식료품이 생기면 자전거와 손수레에 싣고 환경미화원과 동네 어르신, 성도들 가정을 찾아갔다. 주민센터와 노인정에 쌀과 헌금, 식료품을 전하기도 했다.
교회는 날로 성장했다. 86년 교육관을 건축했고 89년 유치원을 설립했다. 유치원은 에어컨을 두고 어린이용 컴퓨터 16대를 둬 입소문을 타고 번창했다. 2004년 대지 1000㎡(약316평) 규모인 지금의 교회를 건축했다.
조 목사는 2012년 은퇴하면서 시무 일체를 후임 목사에게 위임했다.이어 부부의 성을 딴 ‘조·양 섬김후원회’를 만들어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선교사와 독거노인 등에게는 후원금을 지원하면서 ‘사회적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조 목사 내외로부터 도움 받은 이들은 100여명.
조 목사 내외의 이웃 섬김 원천은 사랑이었다. 조 목사는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건 첫째 하나님 은혜, 둘째 가족의 사랑, 셋째는 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사랑”이라고 말했다. 아내 양씨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 사랑을 닮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목회 은퇴 후 다시 섬김의 자리로… “사랑이 원천”
입력 2018-01-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