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대타로 근로장려세제 만지작

입력 2018-01-16 19:54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 생계 지원을 위해 시행 중인 근로장려세제(EITC)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제도 취지나 설계 자체가 일자리 안정자금과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정착 단계인 EITC를 대폭 손질하려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을 두고 논란을 벌였고, 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부대의견에는 정부가 EITC를 비롯한 간접지원 방식을 검토해 오는 7월까지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EITC와 일자리 안정자금은 성격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EITC는 연간 수입이 1300만∼25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반면 일자리 안정자금은 월 소득 190만원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지원 대상이다. 두 제도의 목표 자체가 저소득 근로자 지원과 사업주 인건비 부담 경감으로 상이한 셈이다.

신청 요건이나 지원체계 역시 다르다. EITC는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가구 단위 소득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단독가구와 외벌이가구, 맞벌이가구별로 지원 조건과 지원액이 다르게 계산된다.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은 근로자 1인을 기본 단위로 한다. EITC를 근로자 단위로 개편하면 범위가 갑작스레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EITC 지급 대상 가구는 157만442가구였다. 반면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약 300만명을 지원 대상으로 보고 설계됐다.

게다가 EITC는 전년 소득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일자리 안정자금은 월 임금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결국 EITC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지원 성격과 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EITC를 억지로 최저임금 인상과 연계하려다 겨우 정착기에 들어선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 EITC가 이미 문재인정부의 서민·중산층 지원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지급액을 약 10% 인상키로 했고,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EITC 확대 방안을 담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16일 “EITC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