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편안 점검 ①] 몸집 키운 경찰, 인권침해 방지 등 견제 장치 필요

입력 2018-01-16 05:00 수정 2018-01-16 08:52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검·경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출근길 굳은 표정을 한 문무일 검찰총장(왼쪽)과 웃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오른쪽)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최현규 기자, 뉴시스

경찰‘1차 수사권’ 의미·문제점

수사 개시·종결·기소독점 등
검찰 과도한 권한 분산 의미

‘독자 수사’ 긍정 측면 있지만
경찰, 권한남용 우려도 커져

檢-警 수사 영역 다툼 우려도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 중 경찰 분야의 핵심은 ‘1차적 수사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줄여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일부와 2차적 수사권이 인정됐지만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맡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마련된 경찰의 ‘수사개시권 명문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헌법에 규정된 영장청구권 등 복잡한 권한 영역도 건드리고 있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 영역 조정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김광준 당시 서울고검 검사가 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에게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수창 특임검사팀’을 꾸린 뒤 이 사건을 가져와 김 전 검사를 구속 기소했다.

1차적 수사권이 경찰에 있는 것으로 명문화될 경우 검찰은 이 같은 수사를 하지 못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경찰이 초기에 수사를 인지해 진행하더라도 검찰이 나서서 가져올 수 있다. 검찰이 2차적 보충수사가 아니라 1차적 수사를 해온 것”이라며 “이처럼 검찰이 먼저 경찰 수사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검찰 수사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 개시된다. 공소 책임이 있는 검찰은 경찰 수사가 미진한 점을 파악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추가 수사도 진행할 수 있다. 청와대가 발표한 1차적·2차적 수사권 구분은 결국 경찰에 수사 재량권을 부여하는 대신 검찰의 권한과 영역을 제한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찰이 과도하게 지니고 있는 수사 개시·진행·종결·공소유지·기소독점주의 등을 분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경찰 수사권의 실질적 독립과 비교하면 미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 흔들리나

수사지휘권은 현행 형사소송법 196조에 명문화돼 있다. 이 조항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발표대로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지닐 경우 당장 이 규정부터 손질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경찰 수사력, 인권보호 측면에서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한 사항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수사지휘권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판사 출신의 박범계 의원과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은 수사지휘권 조항을 삭제했다. 반면 검사 출신의 금태섭 의원은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는 안을 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무력화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은 아직 분명치 않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모든 범죄에 대해 수사종결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는 건지, 종결은 그래도 검찰이 하는 건지 불분명하다. 아웃라인만 그려놓고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은 정해놓지 않은 것”이라며 “경범죄에 대해서만 먼저 종결권을 준다든지 하는 연착륙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개정하지 않으면 경찰에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한다고 해도 검사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지휘권을 발휘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약해질 경우 경찰을 어떻게 견제할지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으로 명시한 건 수사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등을 막을 담보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중수사 등 영역 다툼 우려도

청와대는 검찰의 직접수사 분야를 일부 인정하는 대신 범위를 경제·금융 등 특수수사 사건으로 한정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 영역 다툼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게 고소·고발 사건이다. 시민단체나 일반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각각 검찰과 경찰에 이중으로 고소·고발장을 접수할 경우 현재는 수사지휘권이 인정돼 검찰이 우선권을 쥐고 있다. 경찰은 청와대 개편안이 실행되면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우선 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이 특수수사 성격일 경우 영역이 모호해진다.

법률 서비스 측면에서도 우려는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 입장에서는 앞으로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경찰에서만 수사를 받게 되니 법률 전문가인 검사에게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차단돼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사를 책임질 경우 피의자 진술 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부분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는 검사가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만 공판 과정에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웅혁 교수는 “경찰이 받은 조서는 피의자가 나중에 법정에서 부인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이 때문에 조서를 경찰과 검찰에서 두 번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