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신학자 이효재(58) 작은씨앗교회 목사는 올해 1월 1일부터 ‘일터 신앙인을 위한 매일 묵상’을 페이스북과 이메일을 통해 나누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이 출근길이나 사무실에서 매일 성경 한 구절을 놓고 묵상하면서 ‘왜 일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답을 찾도록 돕고 싶어서다. 터치바이블선교회 강신덕 목사와 함께 기획해서 시작한 지 보름 만에 한국과 호주 미국 등 국내외에서 4만명 넘게 받아보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터치바이블선교회 건물에서 만난 이 목사는 “꼭 쓰고 싶었던 글”이라고 했다. 직장생활과 신앙의 괴리로 괴로워하던 당시, 교회나 목회자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힘들어하던 자기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3대째 기독교인으로 살았지만 “신앙이 진짜 삶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잘나가던 메이저 신문사 기자로 치열하게 살았지만 삶과 직장생활은 따로따로였다. 그는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평소 행위를 보면 크리스천처럼 보이지 않던 다른 신문사 기자가 주일학교 교사라고 말하는 걸 듣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면서 “와,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진짜 예수 믿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도록 삶으로 보여주는 이들을 만났다. 그는 “신앙이라는 게 이렇게 ‘리얼’한데 난 왜 모르고 살았을까, 나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1년 신학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폴 스티븐스 교수가 있는 캐나다 리젠트칼리지로 유학을 가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기자직을 내려놓고 인생 항로를 바꿔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뒤 2010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성도들이 직장에서 영혼을 뺏긴 채 내상을 입고 살아가는 상황에 대해 목회자들은 여전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교회에서 목회자가 성경 속 복음의 메시지를 온전히 풀어서 가르치고, 성도들이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가 삶에서 느끼고, 신학으로 터득한 일터 신학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 자체가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것”이라며 “하나님이 돌보기 원하는 사람, 즉 생명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천에게 일의 본질이란 곧 나의 노동을 통해 다른 사람이 도움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다시 보게 된 일본영화 ‘철도원’을 통해 설명했다. 영화는 기차 노선의 폐쇄로 일자리는 물론 일 자체도 사라질 상황에 처한 주인공 이야기다. 이 목사는 “일의 중심에 나를 두고 나의 유익을 위해 일하면, 결국 그 일이 흔적 없이 사라졌을 때 너무나 허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내가 얼마나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봉사했는지를 생각하면, 나로부터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으니 내가 사라져도 괜찮은 것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결국 크리스천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기 노동과 일터, 직장 동료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은 프레임을 바꾸라고 요구하지만 우리의 욕망이 너무 커서 이를 부인하고 안 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과 신앙의 문제는 기독교 역사상 늘 존재했던 문제의식이다. 과거에는 설교 강단에서 크리스천의 일에 대한 문제가 자주 강조돼 왔지만 오늘날은 그런 설교를 듣기가 쉽지 않다. 이 목사는 “토마스 아퀴나스는 하나님 앞에서 물건의 정의로운 가격을 어떻게 매겨야 하느냐는 문제까지 거론했다”며 대장장이가 만드는 낫의 가격 문제까지 다뤘다고 소개했다.
또 존 웨슬리 목사는 물론 장 칼뱅과 같은 종교개혁가들도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일을 하고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 팔아야 하느냐는 문제를 다뤘다. 그는 “오늘날 크리스천은 직장에서 성공하고 돈 벌라고 보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 대신 봉사하는 자로 살아가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기쁨을 느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을 정리해서 조만간 책도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목사는 올해 서울 중랑구의 작은씨앗교회에서 담임목회도 시작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동안 신대원 공동체를 통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고 했다. 그는 “사람 중심의 교회, 기도를 많이 하는 교회, 무엇보다 사랑을 가르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며 “교회에서 배운 사랑을 집에서, 직장에서 흘려보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나래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일과 신앙] “크리스천에게 일의 본질이란 노동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것”
입력 2018-01-1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