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인터뷰서 주장
레닌과 聖人숭배 비교
레닌묘 옹호란 해석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산주의 사상을 성경의 단순 발췌본이라며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공산주의를 기독교 신앙에 견주며 러시아 공산당 창시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무덤을 성인에 대한 숭배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 1’ TV 인터뷰에서 “나는 아마도 누군가는 싫어할 얘기를 할텐데, 그것이 나의 관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현지 영자매체 RT가 15일 전했다.
그는 “먼저 믿음은 힘든 시기를 겪은 국가와 국민을 강하게 만들면서 늘 우리와 동행했다”며 “소비에트 연방 시절 수년간은 성직자들이 제거되고 교회가 파괴되는 호전적 무신론이 있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종교(공산주의)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공산주의는 기독교와 매우 유사하다”며 “자유 평등 형제애 정의 등 성경에 담긴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산주의 창시자의 사상은 성경(내용)의 순화이자 원시적 발췌 같은 것이지 새롭게 고안된 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산주의자들이 레닌을 대하는 자세는 기독교의 성인 숭배에 비유했다. 그는 “봐라, 레닌은 영묘에 안치됐다”며 “이게 그리스 동방정교회가 성인들을 기리는 것과 어떻게 다르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람들은 기독교에 그런 전통이 없다지만 (그리스) 아토스에는 성인 유해가 있고 우리는 여기에 신성한 유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레닌은 1924년 사망 후 방부 처리돼 모스크바 붉은광장 영묘에 안장돼 있다.
푸틴의 발언은 공산주의를 깎아내리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소련 붕괴 이후 꾸준히 제기된 ‘레닌 매장’ 주장에 대한 방어논리다. 레닌묘는 공산주의만의 유산이 아니므로 지금이라고 없앨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속뜻이다. 공산주의에 대해서도 기독교에 빗대 버려야 할 구시대 사상이 아니라고 역설한 것이다.
러시아 하원 이반 멜니코프 의장은 “나는 대통령이 레닌 영묘가 유지돼야 할 이유를 매우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푸틴 “공산주의 사상은 성경의 원시적 발췌” 주장
입력 2018-01-1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