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카드 수수료 낮추고 혁신기업에 30조 쏜다

입력 2018-01-16 05:02

금융위, 금융혁신 추진방향

ATM·환전 수수료 인하
편의점·슈퍼·빵집 등
자영업자 수수료 부담 낮춰

군인적금 월 적립액 상향
혁신펀드 2년내 10조 조성
20조 대출 프로그램 마련도


정부가 자동입출금기(ATM)·외화환전 수수료 등 은행수수료와 소상공인 대상 카드수수료 인하 작업에 나선다. 국군병사가 전역할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을 개편하고, 기업 성장단계별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30조원 규모의 지원시스템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청년층·저소득층 등 서민 보호 강화와 벤처기업 자금 지원이 주요 골자다.

우선 정부는 ATM·외화환전 수수료 등을 중심으로 은행수수료 부과체계가 적정한지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오는 3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ATM 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제 의원에 따르면 ATM 수익의 58%가 소득 하위 1분위에서 발생한다. 은행이 우량고객에겐 수수료 우대 혜택을 주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대학생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몰린 것이다. 또 이달 안에 편의점 슈퍼 제과점 등 소매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단계적인 병사급여 인상에 맞춰 군 복무에 임한 청년이 전역 시 목돈 마련이 가능토록 금융상품 개편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다음 달 중으로 은행권 군인적금 월 적립액을 올리고 각종 수수료를 경감시키는 방안을 내놓는다.

금융권이 가계·부동산 대출에 과도하게 돈을 빌려주는 관행을 바로잡고 창업·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시스템이 개편된다. 정부는 혁신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2조7000억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만들고 이를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구체적인 안은 다음달 초에 발표한다. 혁신성장펀드와 연계한 20조원 규모의 대출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정부는 은행 예대율 산정방식도 개편할 예정이다. 예대율이란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간 예대율 차이가 없다. 가계대출 예대율을 낮추는 반면 기업대출 예대율은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의 가계대출은 조여지고 기업대출을 위한 대출금은 늘어난다. 정부는 예대율 산정방식 수정방향을 포함한 자본규제 개편안을 오는 19일 발표한다.

벤처·신산업 기업이 부동산 등의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 매출전망 등 미래가치에 따라 쉽게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자금지원 시스템도 대폭 바꾼다. 담보물의 범위를 현행 원재료에서 완제품까지 확대한다. 제조업에 한정됐던 이용가능 기업 분야도 다른 업종까지 넓힌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동산담보·기술금융 개편안을 각각 2월과 6월 내놓는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카드사의 수수료 등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에 대해 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수수료의 경우 해당 은행 서비스를 조금만 이용해도 면제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글=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