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적대’ 트럼프 막말에 격분
생애 첫 트윗에 “좋아요” 15만명
‘미주한인의 날’ 리트윗 열풍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일했던 한국계 미국인 게리 리는 리트윗(남의 게시물을 다시 올림)만 해오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직접 트위터에 글을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에 격분해 난생 처음 ‘폭풍 트윗’을 하게 된 것이다.
N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정보기관의 한국계 여성 분석가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일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여성에게 어디 출신이냐고 집요하게 물었고, 부모가 한국인이란 얘기를 들은 뒤 “예쁜 한국 숙녀가 왜 대북 협상 일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리는 “어디 출신이냐”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두려워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일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계 공무원을 대하는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딴판이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오바마 대선 캠프에 들어갔던 리는 2011년까지 백악관 비서실 보조직원으로 일했다. 백악관 근무 마지막 날 리가 대통령 집무실로 갔더니 오바마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맞아줬다. 오바마는 말단직원인 리가 한국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오바마가 눈물을 흘리자 리가 왜 우느냐고 물었다. 오바마는 “당신이 백악관에서 수년간 일하고 떠나는 날, 첫 아프리카계 미 대통령이 당신 부모의 모국어로 인사하는 이런 상황이 놀랍지 않느냐”고 답했다.
리는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어렵게 살면서 자식을 위해 희생한 부모 이야기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내 부모는 장남이 백악관에서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여기는 얼마나 아름다운 이민자의 나라인가”라고 썼다. 못 사는 나라 출신 이민자에 적대적인 트럼프 정권하에선 역설적인 표현이다.
리의 첫 트윗에 15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날이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임을 상기시키며 리의 글을 리트윗하는 사람도 있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백악관 말단직원’ 韓人의 생애 첫 트윗… 15만명 ‘좋아요’
입력 2018-01-1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