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투기 의혹… “시효 지났고 입증도 어렵다”
지방선거에 검증 강화 검토
이재명·박영선·오거돈에
靑기준 적용해도 문제 안돼
黨서 의혹 규명 쉽지 않아
당 내부선 ‘인력 풀’ 한계
“모두 3900명이나 뽑는데
검증 강화땐 할 사람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출마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당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인사 배제 7대 기준을 당 차원에서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15일 “20대 총선에 적용했던 룰을 기본으로 하되 추가적으로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청와대 기준을 함께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석 사무총장도 “당 차원에서 청와대의 7대 기준을 반영할 게 있는지 실무적인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첫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인사 검증’이 도마에 올랐고, 공직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도 높아진 만큼 여당도 더욱 강화된 기준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인사 배제 7대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후보 자격 박탈이 거론될 만큼 결격사유를 지닌 후보군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사 배제 7대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다. 항목별로 적용 시기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과거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음주운전 전과도 있다. 이 시장은 2005년 12월 경원대(현 가천대) 행정대학원에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그런데 2013년 9월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 ‘미디어워치’ 산하 기관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이 논문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가천대는 “학칙이 정한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 시장 논문은 부정 여부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표절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 논문이 표절로 결론나더라도 청와대의 7대 기준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청와대는 교육부의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만 공직자 인사에서 배제하기로 기준을 삼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전과는 이 시장이 스스로 인정한 사실이다. 이 시장은 음주운전으로 2004년 벌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인사 배제 기준(10년 이내 음주운전 2회 이상)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만 음주운전을 한 차례만 했다 해도 자신의 신분을 허위로 진술했다면 인사 배제 대상이 된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 중인 박영선 의원도 과거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적 있다. 다만 해당 논문은 1998년 제출됐기 때문에 청와대 기준에 위배되지 않는다. 서강대는 2013년 박 의원의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엄격한 의미에서 일부 표절과 윤리규정 위반으로 볼 부분이 있으나 연구 방법, 결과 및 결론 등에서 독자적인 연구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와 치열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상대 후보 측은 오 전 장관의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역시 청와대의 7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오 전 장관의 논문은 2002년 제출된 만큼 연구부정행위 적용 대상이 아니다. 부동산 투기의 경우 청와대가 ‘주식·금융 거래 등이 포함된 불법적 자산 증식’으로 규정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거나 투기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당 차원에서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 인사 배제 7대 기준을 적용하는 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이 인사청문회를 하듯 후보자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한 여당 의원은 “보다 높아진 기준을 논의하긴 하겠지만 당이 청와대처럼 후보자들로부터 많은 인사 자료를 받을 수는 없다”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 풀의 한계도 현실적인 문제다. 당 관계자는 “강화된 기준을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까지 적용할 경우 지역에서 ‘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89명, 기초의원 2898명 등 3900여명이 선출됐다. 올해 6월 지방선거의 경우 아직 광역·기초의원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
‘靑 인사검증 7개 기준’ 민주당 주요 후보에 적용해보니…
입력 2018-01-1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