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갈등의 소지를 최대한 없애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이뤄진 원만한 합의는 오는 17일 올림픽 참가 실무회담에서의 성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고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얼빠진 궤변’이라며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 덕분에 남북 대화가 가능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거친 표현을 쏟아냈다. 노동신문도 자주통일을 위해 외세를 배격하라는 내용의 글을 연일 싣고 있다. 심지어 김철국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 부장은 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 “여론관리를 바로 못 하면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는 협박성 논평을 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같은 공식 기구의 성명이나 담화보다 약한 관영매체의 보도라고 할지라도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민족 화합, 인도적 교류와 같은 말은 결코 북한의 관심사가 아닌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평창올림픽을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남북 대화를 기점으로 완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된다고 낙관할 수 없다. 평창올림픽은 일시적인 스포츠 행사다. 올림픽이 끝난 뒤를 생각하고 하나하나 철저히 따지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남북이 만나 단절된 문화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단일팀 구성을 논의한다는 이유만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사설] 대화 중에 ‘잔칫상이 제상 된다’고 협박하는 북한
입력 2018-01-15 18:56 수정 2018-01-15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