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없이는 저출산 해결 못 한다

입력 2018-01-15 18:55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우리 사회의 재앙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당장 올해부터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노동 현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고령층 부양이 국가재정을 짓누르고 있다. 2065년에는 고령 인구가 52.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인구 절벽을 넘어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재앙을 막으려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6조원을 쏟아붓고도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난해 출생아수가 36만2867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016년 41만1859명에서 11.9%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출생아수 40만명대가 붕괴될 것이란 예상은 일찌감치 있었지만 감소폭은 충격적이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2016년 1.17명에서 지난해 1.06∼1.07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임기 여성의 출산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고 둘째아 이상 출산 기피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을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지금이 인구 재앙을 벗어날 마지막 기회다. 저출산 문제는 구조적·복합적인 과제다. 지금처럼 아동수당이나 육아수당 몇 푼 쥐어준다고 아이를 낳을 것이란 단순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중장기 과제와 단기 과제로 나눠 풀어가야 한다.

당장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육아휴직을 기업 손해로 여기거나 육아를 여성에게만 전담시키는 ‘독박 육아’ 문화도 바꿔야 한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장여성 5명 중 1명이 퇴사한다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최근 조사결과는 아직도 상당수 기업에서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젊은층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육아·보육비뿐 아니라 극심한 취업난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 사교육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요인 탓이 크다. 취업도, 결혼도 어려운 ‘N포 세대’들은 ‘헬조선’이라 불릴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역동적인 사회로 만들려면 일자리와 주택, 교육, 양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결혼관이 달라지면서 결혼은 원하지 않지만 아이를 원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출산 장려와 함께 비혼 가족 자녀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사회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저출산을 극복했다. 우리도 ‘그 밥에 그 나물’식 대책이 아니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