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하락 가시화… 부정적 전망 잇따라

입력 2018-01-16 05:05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6년간 연평균 5%대 성장 그칠 것”

중국이 물량 공세 벌이면
가격 떨어질 가능성
AI·빅데이터·IoT 등이
호황 이끌 것이라는 예상도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의 슈퍼호황이 올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반도체 고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가 ‘곧 반도체 공급 과잉이 올 것’이라고 전망한 데 이어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올해부터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4%로 낮아진 뒤 2019년부터 더 축소될 것이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매출이 58% 오르며 성장했지만 2022년까지 성장세가 수그러들며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5%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낸드플래시와 D램 평균 판매단가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증강(AR)·가상(VR)현실 산업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도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가도 출렁였다. 지난해 11월 286만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15일 24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지난해 10월 8만9000원대까지 솟았지만 7만2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도 비관론을 부추겼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잠정실적)으로 전년 동기대비 63.8%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15조8675억원)에는 못 미쳤다. 수출기업에 불리한 원화강세가 이어진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반도체 고점 논란은 근본적으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물량공세를 펴기 시작하면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시장분석 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생산을 늘려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칭화유니그룹(3D 낸드플래시), 푸젠진화집적회로공사(D램), 허페이창신(D램) 등 중국의 메모리 업체들은 올 연말부터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국내 업계는 이 같은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중국과의 ‘초격차’ 확대에 역점을 두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시스템용 프리미엄 D램 아쿠아볼트를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과 양산능력은 경쟁사보다 6개월에서 1년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반도체 산업 전망을 낙관하는 쪽에서는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려 반도체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D램 생산량이 수요 대비 부족해 서버용 D램 가격 상승이 다른 D램 제품 가격 상승까지 촉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