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일부 한계기업들이 고용을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정착되면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대체적인 경향인 것 같다”고 했다. 16.4%나 오른 최저임금 파장에 대한 답변에서다. 현재의 논란이 일시적인 진통이라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예상 내지 바람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세·자영업자들의 일자리 감축 폭은 클 것이고 파장은 길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완만히 오른다면 전체 고용감소 효과는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저숙련·저기능 노동자의 고용은 상당한 악영향을 받는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특히 한국의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초과이윤을 누릴 여력이 없고 치열한 생존경쟁에 노출돼 있다. 그들에게 이처럼 급격한 임금 인상은 인력을 줄이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한다. 거기다 충격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대일 교수의 2012년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고용 위축 효과는 기존 근로자에 대한 인력 조정뿐 아니라 신규 채용 근로자의 규모 축소로도 나타난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이 1% 인상될 경우 임금 하위 5% 이내 저임 근로자의 신규 채용은 6.6% 감소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고용 감축 여파를 우려한다.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동시에 추진되면서 올해 고용 상황은 암울할 것이다. 단언컨대 올해 대통령이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8년도 최저임금이 발표된 지난해 7월 이후 고용통계는 이미 광범위한 일자리 감축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임 근로자가 가장 많이 속한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증가세였으나 하반기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새 최저임금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에는 각각 4만9000명, 2000명이 줄었다. 모든 걸 제쳐놓더라도 한 해에 최저임금을 16.4%나 올려놓고 경제에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경제학계가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임금을 완만하게(modest)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잠재성장률의 2배, 물가상승률의 5배가 각각 넘는 7.2%다. 여기다 다시 16.4%를 올렸으며,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앞으로 2년 연속 또 이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로 최저임금의 정책 효과도 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박사에 따르면 최저임금보다 덜 받는 노동자 10명 중 7명이 중산층이거나 그 이상 계층이다. 빈곤정책으로서 효용이 낮다는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 교수 출신 참모들은 누구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및 제도 자체의 한계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선제적 고용 감축 보도가 이어지고 통계에서 이상 징후가 뚜렷해지는데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교를 방문해 ‘대학의 사회적 가치’ 운운하며 청소노동자의 아르바이트 대체 자제를 ‘압박’하는 것은 한심하다.
근본적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통령 공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이 목표가 돼야 하는 아무런 경제적 근거나 이유가 없다. 2015년 이전까지 노동계의 구호는 ‘최저임금, 전체 중위임금의 50%로’였다. 박근혜정부 말기 최저임금이 이 수준에 근접하자 말을 바꾼 것이다. 1만원이 된 것은 황당하게도 암기하기 좋아서였다. 즉흥적으로 결정된 노동계의 구호에 정치권은 물론 전 국민이 놀아나고 있다.
배병우 편집국 부국장 bwbae@kmib.co.kr
[돋을새김-배병우] ‘최저임금 1만원’ 철회해야
입력 2018-01-15 18:56 수정 2018-01-15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