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짐 콜린스(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Good to Great’(국내에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역간)라는 기업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 있다. 그 책의 영향력이 교회까지 미쳐 ‘좋은 교회를 넘어 위대한 교회가 되자’는 표어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는 이를 정반대로 적용해야 한다. ‘Good to Great’가 아니라 ‘Great to Good’이다. 교회는 위대한 교회가 아니라 선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나는 선한 목자’라고 말씀하셨지, ‘나는 위대한 목자’라고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을 지극히 높이신 분은 하나님이시지 예수님 자신이 아니다. 교회는 스스로를 지극히 높여 위대한 교회가 되려고 해선 안 된다. 예수님처럼 겸손과 낮아짐, 섬김을 다하는 선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에 대한 교리를 ‘믿는(Believing)’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도께서 거하심으로써 그리스도와 같이 ‘되는(Being)’ 것으로 나아간다. 선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와 같이 선한 행실로 살아가는 사람이요, 선한 양심의 순례자들이다.
예수님도 산상수훈에서 그리스도인의 선함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이 말씀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의 결론이다.
무엇이 소금됨이며 무엇이 빛인가. 선한 행실이다. 이 말씀은 세상 속에 선교적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성도에게 주어진 말씀이다. 선교적 교회는 선한 교회이며, 선한 교회는 선교적 교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선한 교회가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세속주의의 위험이다. 세속화는 나쁜 문화나 제도 이전에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이뤄진다. 세상은 언제나 악했다. 우리 영혼을 무너뜨리는 사탄의 유혹으로, 육체의 정욕이 도구가 되게 하려는 시험에서 승리해야 한다.
두 번째 위험은 분리주의의 위험이다. 성과 속의 분리, 영과 육의 분리, 교회와 세상의 분리를 받아들여서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교회의 사명은 복음이 공적 진리라는 것을 세상 속에 나타내는 것이다. 어떻게 나타낼 수 있는가. 세상 속에서 선한 행실로 나타내는 것이다. 복음의 선함은 선한 행실로서 증거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1890년대부터 우상 및 미신철폐 운동을 펼쳐나갔다. 1894년 갑오경장 당시 노비제도 철폐 등 발표는 됐지만 실제 이뤄지지 않았던 것들을 몸소 시행한 것은 한국교회였다. 남존여비 사상에 찌든 사회에서 교회는 여성 인권을 평등하게 보장하고 여성교육에 앞장섰다.
1901년 장로교 공의회는 조혼, 결혼 지참금, 부녀자 핍박, 축첩제도 등을 금지했다. 독립운동 주역이 한국교회 지도자들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6·25전쟁 이후에는 피란민과 고아를 섬기는 일에 교회가 앞장섰다. 한센병 치료, 결핵퇴치 운동, 금주·금연·절제운동, 공창 폐지 등 수많은 사회개혁의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었다. ‘거룩한 나그네’가 된 순례자의 선한 행실은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영역에서 선을 행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해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도 만난 자를 보고 그냥 지나간 제사장과 레위인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만약 내가 여기서 멈춰 이 사람을 돕는다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였다. 그러나 그다음에 그 길을 지나간 선한 사마리아인은 이 물음을 거꾸로 뒤집었다. ‘만약 내가 여기서 멈춰 이 사람을 돕지 않는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세계 속의 강도 만난 자들을 이런 질문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가 여기서 멈춰 그들을 돕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건과 운동의 차이는 희생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교회가 선한 행실을 위한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세상에 거룩한 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믿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천하여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 가에 초점을 두어 한국교회가 선한 교회로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재훈(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시온의 소리] 선한 교회
입력 2018-01-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