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금융 새 회장 선임 절차 연기 요구

입력 2018-01-14 21:42 수정 2018-01-14 23:46

금융 당국이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검사가 끝난 뒤에 후보군 선정 등을 진행하라는 취지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를 거부하고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충돌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14일 하나금융지주에 금감원 검사가 진행되는 약 2주 동안 최종 후보군 발표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오는 15∼16일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 선정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22일 최종 후보군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진행 중인 금감원 검사가 이번에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도 다루고 있다”며 “선임된 다음 문제가 되는 것보다 이 부분이 해결된 뒤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검사는 2주 정도 뒤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연기는 금감원에서 먼저 요청한 것”이라며 “회추위는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의견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회추위가 공식적으로 보류 요청을 거절하면서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조 없이 그대로 진행하겠다면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회추위 관련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연관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1호 기업 아이카이스트에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관련 2차 검사에도 하나은행이 포함돼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지난 9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16명으로 압축했는데 여기에 김 회장, 함 행장 등 내부 인사 4명이 포함돼 있다.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금융 당국의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해왔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회장 후보 추천에 불공정한 점이 발견됐다”고 꼬집었었다.

나성원 홍석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