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표단 관현악단 인사 다수… 합동공연 가능성

입력 2018-01-15 05:01
트레이닝복 차림의 북한 주민들이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집단체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판문점 ‘北 예술단 평창 파견’ 실무 접촉 전망

北 대표단에 예술계 실세인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참여
권혁봉 대표 관현악단장 시절
정명훈 지휘 오케스트라와 협연

北, 文대통령 신년회견에 불만
“대표단 버스 아직 평양에 있다”


판문점 통일각에서 15일 열리는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대표단으로 참여하는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은 유명 가수 출신이다. 한때 처형설이 돌았지만 2014년 대좌(대령) 계급을 달고 TV에 등장해 건재함을 알렸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발탁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나이는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알려졌지만 확실치는 않다. 김 위원장의 옛 애인이라는 설도 있다.

현 단장이 이끄는 모란봉악단은 당 선전선동부가 직접 선발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예술가 양성 기관인 금성학원과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다. 북한은 매년 예술가를 대상으로 1급부터 6급까지 급수를 부여하는데, 1급의 미혼 여성만 모란봉악단 단원으로 선발된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있었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7월 창단 공연 때 미국 영화 ‘로키’의 주제곡 등을 연주했다. 미니스커트 군복이라는 파격적 의상과 화려한 무대 연출로 화제가 됐다.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는 모란봉악단 시범공연 때 대중 앞에 처음 등장했다. 이설주는 모란봉악단 창립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모란봉악단은 2015년 12월 첫 해외공연으로 베이징을 찾았지만 중국 당국이 체제 선전 내용을 문제 삼아 공연이 무산됐다. 이때 2000여명이 예매한 공연을 현장에서 취소한 사람이 현 단장이라는 얘기가 있다.

북측 실무접촉 대표단에는 모란봉악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사가 한 명 더 있다.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안정호가 모란봉악단 창작실 부실장으로 돼 있다. 북한 노래 ‘전진하는 사회주의’의 작곡가로도 검색된다. 북한은 당초 윤범주 관현악단 지휘자를 대표단에 넣었다가 안정호로 교체 통보해왔다.

북한 예술단은 이번 실무접촉 대표단에 포함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모란봉악단의 첫 방남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단 북측이 통지해온 대표단 명단엔 현송월이 ‘관현악단 단장’으로 돼 있다. 현 단장이 맡고 있는 관현악단이 2013년 10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진 ‘은하수관현악단’의 후신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실무접촉 대표단의 또 다른 특징은 남북 모두 관현악단 관련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남북 합동공연이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출신의 북측 수석대표 권혁봉은 2012년 은하수관현악단장 시절 프랑스를 방문, 정명훈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에 2월 공연 스케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모란봉악단 외에도 왕재산경음악단, 국립교향악단, 청봉악단 등 여러 분야에서 최정예 예술인을 선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대화 성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이 크다’고 언급한 사실을 거론하며 “화해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이라고 맹비난했다. 통신은 “아직은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며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도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글=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