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도 없어서… 짐바브웨 소녀들 ‘마른 소똥 생리대’ 고통

입력 2018-01-15 05:05
짐바브웨에서 7년째 여성인권 활동가로 활약 중인 엔젤라인 마코레씨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영학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짐바브웨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짐바브웨 인권운동가 마코레씨
이대 여성인권 포럼 참석차 방한


“지금도 짐바브웨에는 나뭇잎이나 마른 소똥으로 생리대를 대신하는 소녀가 많습니다.”

이들 소녀를 위해 면생리대를 만들어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는 짐바브웨의 여성인권 활동가 엔젤라인 마코레(28·여)씨가 전한 이야기다. 그를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만났다. 그는 제13차 이화 글로벌 임파워먼트 프로그램과 ‘아시아의 여성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마코레씨의 면생리대 보급운동은 신문 기사에서 시작됐다. 2015년 짐브바웨에서 ‘스파크 리드(www.sparkreadcharitabletrust.org)’라는 NGO를 이끌고 있던 마코레씨는 한 신문에서 생리대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실상을 접했다. 곧 면생리대 보급운동을 시작했지만 물 부족 상황에선 비현실적이라는 반대도 있었다.

마코레씨는 “아프리카에는 물이 부족해 면생리대 사용이 어렵다고 하는데 짐바브웨 도시의 경우 큰 문제가 없다”며 “시골에도 학교에서는 물이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일찍 등교해 생리대를 세탁하고 말린다”고 설명했다.

짐바브웨 소녀들이 겪는 어려움은 생리대뿐만이 아니다. 마코레씨는 “빈곤한 이들 중 다수가 에이즈에 감염돼 있는데 부모가 에이즈로 숨져 아이들이 고아가 되면 아동 성매매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가난에 못 이겨 친척 등으로부터 이런 일을 강요당하곤 한다.

조혼 관습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조혼은 일부다처제에 빈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마코레씨도 14살 무렵 강제로 형부의 두 번째 아내가 될 뻔했다. 마코레씨는 “어떤 가족들은 너무 빈곤하기 때문에 어린 딸을 결혼시키고 식량을 받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마코레씨는 빈곤한 가족들을 지원하는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가족의 경제적 수입을 늘려 딸을 식량과 맞바꾸는 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가족들이 채소밭을 일구거나 닭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11살 소녀를 조혼에서 구해낸 적도 있다. 2014년 10월 부모가 없는 11살 타파드즈와는 할머니와 둘이 사느라 늘 생활이 궁핍했다. 마침 42세의 이웃 남성이 타파드즈와와의 결혼을 제안했고 할머니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를 눈치챈 마을 주민들이 마코레씨의 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 마코레씨는 즉각 이들을 찾아 닭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음식과 옷 등을 모아 전달했다. 그는 “올해 15살이 된 타파드즈와는 이제 의사가 되길 꿈꾸고 있다”며 웃었다.

올해 아동 성매매 근절 캠페인 등을 계획 중이라는 마코레씨는 “소녀들이 자신의 권리를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이들이 남성과 동등한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저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