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역사상 최고의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의 분양보증 절차가 한 달째 미뤄지고 있다. 연초부터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분양가를 관리해온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부동산업계와 HUG에 따르면 대신그룹의 시행사인 대신F&I가 HUG에 나인원한남의 분양보증 심사를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승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모든 주택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주택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일반적인 분양보증은 신청 접수 후 3일가량이 지나면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역대로 심사 기간이 3일을 넘긴 건 2016년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HUG는 고분양가를 이유로 보증을 거절한 바 있다. 업계에선 나인원한남도 비슷한 이유로 보증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자리잡는 나인원한남은 전용 206㎡(170가구)와 전용 244㎡(88평형·93가구)의 분양가가 3.3㎡당 5600만원에 책정됐다. 101평형인 ‘듀플렉스’(43가구)는 3.3㎡당 6900만원으로 분양가가 결정됐다. 기존 최고 분양가 기록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3.3㎡당 4838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관심을 모았던 슈퍼펜트하우스(3가구) 및 펜트하우스(26가구)의 분양가는 HUG에 맡기기로 했다. 업계에선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를 3.3㎡당 1억원으로 전망해 왔다.
사업이 지연되며 문제도 커지고 있다. 대신그룹은 나인원한남의 토지대금 6000여억원을 모두 지불했는데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입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책임준공을 맡은 만큼 준공 위험은 낮지만 분양승인이 늦어지면 금융비용이 늘어 사업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분양보증이 거절될 경우 논란이 일 수 있다. HUG 기준으로만 따지면 나인원한남 분양보증을 거절할 마땅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HUG나 국토부 입장에서도 스스로 마련한 기준과 집값 조절 사이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비즈카페] HUG ‘나인원한남’ 심사 차일피일 왜
입력 2018-01-1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