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O, 日 신청 74개 중 34개 승인
최근 中이 네이밍 하려던
‘문호 해산 지형구’도 포함
中, 日이 섬으로 인정받으려는
오키노토리 남쪽 6개 승인 받아
2년간 中 91·日 97개 신청
중국과 일본의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동중국해의 해저 지형에 자국 이름을 먼저 붙여 국제기구의 승인을 받으려는 경쟁이다.
이달 초 국제수로기구(IHO)의 해저 지형 명칭 소위원회는 일본이 신청한 74개의 명칭 가운데 34개를 승인했다. 오키나와 남쪽 바다 밑에 있는 ‘소세키 해령’ ‘다자이 해령’ ‘류노스케 해산’ 등이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름을 해령(海嶺·산맥 모양 지형)과 해산(海山·높이 1000m 이상)에 붙였다. IHO 기준에 따르면 공통의 특징을 가진 지형은 작가나 음악가 등 같은 분야 인명을 붙여 ‘지형구’로 묶을 수 있다. 2014년 승인된 ‘(가와바타) 야스나리 해산’을 포함해 이번에 일본의 ‘문호 해산 지형구’가 국제적으로 승인됐다.
이 지형구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부근에 있는데, 중국이 최근 조사와 네이밍을 활발히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네이밍이 다른 나라의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에 대항하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에 오키노토리 남쪽 해저 지형에 중국 이름 6개를 승인 받았다. 오키노토리는 일본 남서쪽 태평양 해상의 산호초인데, 일본이 섬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곳이다. 섬으로 인정되면 일본 영해가 넓어진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이 “섬이 아니라 바위”라며 반발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년간 IHO에 네이밍을 신청한 건수는 일본이 97건, 중국이 91건에 달한다. 전 세계 신청 건수의 70% 이상이 두 나라에서 나왔다. 중국 관영 언론은 양국의 네이밍 경쟁과 관련해 “중국이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신경전은 해상 패권을 둘러싼 싸움의 일부다. 희토류나 메탄하이드레이트 같은 해저 자원뿐 아니라 잠수함 항해에 필요한 해저 지형과 해수 밀도, 수온 등 바닷속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도 걸려 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해저 지형에 자국 이름 붙이기… 中·日 ‘물밑’ 전쟁
입력 2018-01-14 18:59 수정 2018-01-14 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