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자 실명화 후 거래
현행 가상계좌는 모두 폐기
과열 강도따라 추가로 메스
李총리 “정부도 뒷일 두렵다”
이르면 이달 말쯤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에 신규 투자자 진입이 예정대로 허용된다. 기존 투자자는 새 실명확인 시스템으로 계좌를 전환한 뒤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는 정부 방침은 변함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투기 열기를) 개인이 감당할 수 있나”라며 “이상 과열 뒤 무엇이 올지 정부도 두렵다. 정부 대응은 ‘호주머니에 칼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부터 명확히 하고, 정교하게 메스를 대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는 실명확인 시스템을 이달 말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자도 이 시스템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은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던 입장을 재검토한다. 15일부터 기존 가상계좌에 입금을 금지키로 했던 결정도 보류했다. 결국 정부 방침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난달 28일 범정부 합의안(특별대책)을 발표했으며, 그 방안 이상으로 정부나 청와대 차원의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실명확인이 도입되면 그 시점부터 기존 가상계좌 시스템은 폐기된다. 가상계좌에서 현금 출금만 가능해지고 입금이나 가상화폐 매매를 할 수 없게 된다. 기존 투자자는 가상계좌에서 은행 실명계좌로 돈을 옮기면 된다. 자동 전환은 어렵고, 직접 옮겨야 한다. 이후 가상화폐를 매매할 수 있다. 신규 투자자는 은행 실명계좌를 만들거나 계좌가 이미 있다면 거래소에 등록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실명확인 시스템은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제한 없이 틀어주던 영화관에 매표소를 도입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기존 가상계좌는 계좌에 누가 어떤 돈을 넣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를 계속 할 수 있느냐다. 정부부처 어느 곳도 확답을 주지 못한다. 금융 당국은 지난 8일부터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자금세탁 관련 특별검사를 진행 중이다. 곧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은행들이 부담을 느껴 가상화폐 거래소에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가상화폐를 현금화하기 어려워진다. P2P(개인 간) 방식이나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서 음성화될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서비스 제공 여부는 은행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할 부분은 규제하고, 양성화할 부분은 해야 하는데 아직도 구체적 방향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강준구 기자 naa@kmib.co.kr
가상화폐 신규진입 이르면 이달 말 허용… 계속 거래 가능할까?
입력 2018-01-14 18:52 수정 2018-01-14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