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의 흥행은 어쩌면 예견된 것일지 모른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는 ‘1987’ ‘신과함께-죄와 벌’과 맞먹는 속도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인기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는 우리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유의 총체다.
영화는 꿈에 대한 예찬으로 문을 연다. 주인공 미구엘은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소년. 멕시코에서 5대째 구두를 만들어 온 미구엘의 집안에는 엄격한 ‘음악 금지령’이 있다. 음악을 하겠다며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미구엘의 외고조부 때문이다.
갖은 핍박에도 미구엘은 꿈을 놓지 않는다. 동경하는 전설의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가 남긴 명언을 늘 가슴에 새긴다. “기회를 잡아라.” 음악경연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집을 뛰쳐나온 어느 날, 뜻밖의 사고로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무명 뮤지션 헥터와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이쯤에서부터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일단 망자에 대한 ‘기억’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전반에 깔려있다. 이승의 누군가가 기억해줘야만 마리골드(금잔화) 꽃잎으로 덮인 다리를 건너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설정이 번뜩인다. 이승에서 완전히 잊히는 것을 여기선 ‘마지막 죽음’이라 일컫는다.
영화는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 받고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고 마는데, 그 모든 것을 용서하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랑이다. 그렇게 영화는 ‘가족애’라는 큰 의미에 도달한다.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진부하지 않게 버무려내는 것 또한 이 작품의 강점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리 언크리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 사이드 아웃’ 제작진이 참여한 ‘코코’는 기대 이상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멕시코의 전통명절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다채로운 색감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세계도 흥미롭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음악적 완성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후반부 미구엘과 외증조모인 마마 코코가 함께 ‘리멤버 미(Remember me·기억해줘)’를 부르는 장면에서 뭉클함이 극대화된다. ‘겨울왕국’의 ‘렛 잇 고’를 작곡한 로페즈 부부가 만든 곡.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코코’ 본편에 앞서 20여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가 상영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엘사와 안나, 올라프가 반갑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트랙인 셈이다. 제75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작. 105분.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코코’ 꿈과 기억과 가족… 이 영화, 사랑할 수밖에 [리뷰]
입력 2018-01-15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