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각국 대응
美 ‘화폐 아닌 자산’ 정의
日, 최소한의 규제만 시행
한은 노조 “적극 대응하라”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 당국이 국제 공조를 통해 투기 광풍을 잠재우겠다고 방침을 밝혔지만 나라마다 가상화폐 규제 방향은 엇갈리고 있다.
14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러시아 정부는 공식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재무부 차관 등 관료들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 경제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달러 체제’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가상화폐를 이용해 ‘달러 체제’를 밀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엘비라 나이울라나 러시아중앙은행 총재는 가상화폐가 피라미드 방식이라며 합법화에 반대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주의하는 게 옳다”며 중앙은행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산관련세법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주(州)마다 입장 차이가 있다. 네바다주에선 지난해 7월 미국 최초로 블록체인이나 스마트계약을 이용한 거래에 과세·제재하는 걸 금지했다. 애리조나주 상원의회에는 지난 9일 주정부에 납부할 세금·이자·벌금을 가상화폐로 내는 것을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이 올라왔다.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2016년 뉴햄프셔주에서 비슷한 법안을 논의했지만, 가격변동성 우려로 폐기했었다.
일본은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시행해 가상화폐에 달러·엔 등 법정통화와 교환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를 부여했다. 대금지급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가상화폐 거래소의 금융청 사전 심사 및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최소한의 규범을 마련했다.
일본과 달리 중국 정부는 강경하다.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가상화폐공개(ICO)와 거래소 영업을 중단시켰다. 지난 2일 비트코인 채굴 사업의 퇴출까지 지시한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잇따라 가상화폐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일부터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막았다. 말레이시아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였다. 베트남은 이달 말까지 가상화폐 규제를 위한 법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서민 홀리는 가짜화폐에 적극 대응하라’는 성명서를 내고 한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노조는 “가상화폐가 화폐라는 이름으로 유통돼 가난한 서민을 유혹하는데 통화당국이 이 거짓화폐의 문제점을 주시하고 좀 더 빨리 경고하지 않은 것은 매우 뼈아픈 일”이라며 “경제의 워치독(watch dog·파수꾼)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규정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가상화폐, 中 ‘전면금지’ 日 ‘최소규제’ 美 ‘자산취급’… 제각각
입력 2018-01-14 18:54 수정 2018-01-14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