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날아온다’ 오보 문제 한 통에… 패닉 빠진 하와이

입력 2018-01-14 19:13 수정 2018-01-14 22:23
하와이 비상관리국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주민들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오전 8시7분에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시 대피소 찾을 것. 훈련 아님”이라는 비상경보(왼쪽)가 온 뒤 8시45분에 “미사일 위협 없음. 허위 경보였음”이란 취소 메시지가 전송됐다. AP뉴시스

토요일 오전 경보발령
주민·관광객 긴급 대피소동

당국 “직원이 교대근무 중
경보 버튼 잘못 눌러” 사과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로 날아오고 있다. 즉각 대피하라. 실제상황이다.”

토요일인 13일 오전 8시7분(현지시간)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휴대전화로 일제히 날아온 문자 하나가 하와이를 뒤집어놓았다. 지난달 초 북한 핵미사일이 날아올 경우를 가정한 비상훈련까지 실시했던 하와이 주민들은 혼비백산이 됐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을 쏘면 하와이까지 도달하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 시간 안에 안전한 대피소를 찾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절박감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집에서 늦잠을 자다 문자를 받아든 주민들은 임시방편으로 창문을 막고 매트리스를 덮은 욕조 아래로 몸을 숨겼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매트 로프레스티 하와이주 하원의원은 CNN에 “아이들과 함께 욕조에 들어가 기도했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관광을 나선 여행객들은 황급히 관광버스로 되돌아왔으나 버스 기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버스 문을 닫은 채 그냥 도로 위에 차를 세운 경우도 있었다.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프로골프(PGA) 소니 오픈에 참가한 선수들도 공황상태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J J 스폰(28)은 호텔 지하로 몸을 숨긴 뒤 트위터에 “라디오나 TV로 나오는 소식을 전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골프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존 피터슨(29)은 트위터를 통해 “아내와 3개월 된 아기, 장인, 장모가 매트리스를 덮고 욕조 안에 들어가 있다”며 “제발 이 폭탄 위협이 진짜가 아니기를 기도한다”고 빌었다.

기도는 이뤄졌다. 미사일은 날아오지 않았다.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는 “미사일 위협이 없다”고 발표했고, 한국 군 당국 역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해프닝은 주 정부 비상관리국 직원이 교대근무 도중 실수로 버튼을 누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그러나 정정 발표가 있기까지 꼬박 38분이 걸렸다. 하와이 전체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사일 감지는 미군 소관이지만 주민 대피 명령은 주 정부가 관할하고 있었다. 미사일 정보와 대응체계가 이원화된 것이 사태를 키우고 혼란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머물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사태를 보고받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민주당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