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폐쇄 철회했지만
성격 규정 두고 부처간 이견
법무부·금융위 등은 부정적
과기부 등은 신중 접근 주문
일단 과열은 강력 대처하지만
기술 활용 방안은 지원 방침
계좌 발급 은행은 점검 강화
정부의 암호화폐(가상화폐) 대책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거래소 폐쇄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섰지만 마땅한 후속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12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비공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화폐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가상화폐 성격을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관련 부처 사이에선 가상화폐를 일반상품으로 볼 건지, 유동자산으로 볼 건지, 단순 투기판으로 볼 건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일종의 공공거래장부)으로 볼 건지를 두고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리·감독 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투기 성향이 높은데 규제 장치는 전혀 없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창업 주무부처는 블록체인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도 곤혹스럽다. 섣불리 규정해 대책을 마련했다가 후폭풍이 일게 되면 정책적 신뢰를 잃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현재 강원랜드에 300만명 가까이가 몰려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20일 도입 예정인 가상화폐 실명확인 가상계좌 시스템을 시행한 뒤 시장 상황을 체크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겪는 충격을 감안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단 투기 과열 현상에는 강력히 대처하되 관련 기술을 혁신성장에 활용하는 방안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 투기 과열 현상에 대해 정부 대응이 필요하고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부처의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어제 법무부 장관이 말한 거래소 폐쇄 문제는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는 법무부 안이다.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 당국은 투기 억제를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준 은행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eye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거래소 폐쇄는 어렵고… 정부, 가상화폐 연착륙 딜레마
입력 2018-01-1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