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폐쇄 특별법’ 제출돼도 법사위 통과 어려울 듯

입력 2018-01-13 05:01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문제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정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일단 후퇴… 실제로 이뤄질까

야당의원들 “폐쇄는 과하다”
일부 여당의원도 부정적 입장

의원들 “우리도 잘 모른다”
법안 처리 땐 후폭풍 맞을수도
상임위 간 ‘폭탄 돌리기’ 모습


정부가 전날 암호화폐(가상화폐) 투기 과열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지만, 폐쇄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법안을 제출할 경우 이를 심사하게 될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거래소 폐쇄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부 여당 의원도 법무부의 강경 대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법무부가 당초 준비했던 방안 중 하나다. 강력한 반대 여론에 밀려 일단 후퇴한 상황이지만, 초안에는 거래소의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거래소 대표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가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면 법사위가 법안을 심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문제가 있으면 단속하고 법과 제도로 조율해야지, 다 폐쇄시켜버리면 나라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도 “당장 규제하는 것보다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잘못된 정책을 펼 경우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각기 다른 의견을 보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 투기가 결과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어 법무부가 연구를 통해 거래소 폐쇄 검토 방안을 내놓았다고 본다”며 “폐쇄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백혜련 의원은 “가상화폐 규제는 옳지만 폐쇄까지 가는 게 맞느냐 하면 그건 모르겠다”고 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아직 생각이 정리가 안 돼 법안이 나오면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가상화폐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화폐이자 투자 기법인 탓에 국회 소관 상임위도 애매한 상태다. 현재 가상화폐 문제는 국회 정무위, 기획재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사위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있는 상황이다. 가상화폐를 금융으로 볼 수도 있고, 새로운 정보통신기술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가상화폐를 잘 모르고, 결과에 따른 비판도 클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자기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 문제는 기재위나 정무위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정무위 소속 의원은 “기술적인 문제니 과방위에서 처리하는 게 더 맞다”고 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가상화폐 관련 규제방안을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정부 부처 간 협의가 먼저 이뤄지고, 의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민 신재희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