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세 할머니 A씨가 발가락 절단을 받고 2달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당뇨를 앓고 있었지만 별다른 질환은 없어 건강했다. 의료진들 또한 새끼발가락 절단 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는 수술 후 고통을 호소했고, 한 달여가 지난 2017년 2월 갑작스레 반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혈액투석과 항생제 투약이 이뤄졌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의식은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원인은 패혈증으로 인한 급성 콩팥손상과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문제는 두 달여간 이어진 치료과정과 사망 후 대처방법에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인 H병원은 의식불명 환자에게 혈액투석과 항생제 투여만을 시행했고, 혈변이 확인되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가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사망원인으로 내세운 패혈증에 대한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퇴원에 응하지 않자 건강보험공단에 의료수급 중단신청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망 열흘 전 발급한 의무기록과 사후 한 달여가 지나 병원이 제출한 경과기록지는 20%만이 동일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14일자 환자가족이 발급받은 의무기록 내용은 260장에 적힌 32건 뿐이었다. 그러나 3월30일 병원이 제출한 내용은 101건 총 1101장에 달했다. 병원이 제출한 기록 중 환자가족이 배부 받은 기록에 없는 내용은 54건이었고, 2건은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가족이 의무기록을 발급받은 후 작성된 기록은 15건이었다. 환자가족은 진료기록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병원 측은 “진료기록이 조작되진 않았다”며 병원 사정상 대다수 병원에서 기록을 추가하거나 수정하고 있고, 판례상 기록에 대한 의사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4년 1월23일 당시 9살이었던 고(故) 전예강군은 코피가 멈추지 않아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도착 7시간 만에 사망했다. 여전히 법정공방 중이지만 밝혀진 사실은 의료진이 의무기록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점이다. 예강군 가족이 확보한 폐쇄회로영상(CCTV)에 따르면 긴급수혈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적혈구 수혈처방은 일반으로 내려졌고, 4시간이 경과한 오후 1시45분경 혈액팩이 걸렸다. 그럼에도 진료기록에는 1시간 30여분이 빠른 12시11분에 수혈을 했다는 기록이 남겨져있다. 예강군 가족은 “이처럼 어긋난 기록들은 병원이 예강이 사망원인을 은폐하기 위해 적혈구 수혈시간과 맥박수를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은 진상조사와 함께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아들도 유사한 말을 남겼다. 그는 진료기록에 대한 조작의혹을 거두지 않은채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며 보상금을 10원으로 적었다.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공개적인 사과와 병원장 문책, 관련 의사와 직원의 처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진료기록의 사실여부가 의심되지만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 흘리는 이들은 많다. 한 의료사고 전문변호사는 “진료기록부부터 확보해야한다. 그래야 전후를 비교할 수 있어 과실여부를 밝히기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진료기록 허위기재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에 더해 수정·추가 시 원본과 수정본, 접속기록 등을 저장하고 환자가 내용을 열람하거나 복사하고자 할 때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이 개정돼도 악의적인 허위기재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전후 비교가 가능해 치료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지금보다 면밀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A씨의 경우 사망 전 의무기록 사본을 가지고 있어 비교가 가능했던 만큼 이를 바탕으로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현재 허위기재 등 의료법 위반사항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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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또… 진료기록 조작
입력 2018-01-14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