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하루 두 번이나 폐쇄… 승객들 발 동동

입력 2018-01-11 18:52 수정 2018-01-11 23:03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내린 11일 제주공항에서 한 체류객이 창문 밖으로 폐쇄된 공항 활주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제주공항은 두 번이나 활주로가 폐쇄되면서 수천명의 탑승객이 한동안 공항에 발이 묶여 큰 불편을 겪었다. 뉴시스
풍랑주의보와 대설경보가 발효된 11일 전북 군산 내항에 정박 중인 어선 사이로 바닷물이 얼어붙으면서 하얀 눈밭이 연출됐다. 이날 충북 보은의 최저기온이 영하 19.7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뉴시스
전국 최강 한파·폭설 피해

눈길 사고 구조요청 잇따라
전력량 치솟아 올 첫 ‘급전 발령’
수도계량기 동파 피해도
광주·전남 곳곳 교통 통제

추위 12일 절정 주말 누그러져

올겨울 들어 가장 강한 한파가 11일 전국을 엄습했다. 대설특보가 발령된 제주도에서는 공항 활주로가 두 번이나 폐쇄됐다.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전력 사용량이 치솟으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급전(給電)지시가 발령됐다. 추위는 12일 절정에 이르다 주말에는 다소 누그러지겠다.

서울은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내려갔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7도였다. 한낮에도 영하 10도 안팎에 머물렀다. 체감온도는 영하 23도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장시간 야외활동할 경우 저체온증과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는 수준이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한파특보를 발령했다. 한파특보는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된다. 제주도와 전라도에는 대설경보가, 인천과 경북 충북 강원도 경기도에는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경기 지역은 연천이 영하 11.4도, 포천 영하 10.7도, 파주 영하 10.2도, 양주·동두천은 영하 9.8도를 기록했다. 경남과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사흘째 많은 눈이 내린 제주와 남부지방에서는 일부 도로와 뱃길, 항공편이 통제되고 각종 사고가 이어졌다.

각 지자체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오전 한때 제주공항에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10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상이 악화됐다. 오전 8시33분 활주로가 폐쇄되면서 연결 항공편이 영향을 받아 전국 공항에서 출·도착 항공편 87편이 결항했다. 이 때문에 승객 5000여명의 발이 묶여 큰 불편을 겪었다. 제주공항은 오전 11시50분부터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눈이 쌓이면서 오후 6시30분쯤 다시 활주로가 폐쇄됐다가 긴급 복구작업 후 1시간여 만에 운항이 재개됐다. 오후에도 수천명의 승객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국토교통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6개 항공사의 제주발 임시 항공편 12편을 긴급 투입했다. 김포·김해공항의 야간 운항제한시간도 3시간 연장했다. 11일 오후 11시 이후 도착하는 도착하는 승객을 위해 김포공항에 전세버스 9대도 긴급 투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후 10시 이후 제주공항 체류 승객에게 모포, 음료수, 빵 등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출근시간인 오전 9시쯤 순간 전력수요가 이미 8500만㎾를 넘어서 지난달 12일 기록된 겨울철 역대 최고전력수요 8513만㎾에 육박했다. 오전 11시에는 역대 최고치인 8518만㎾(2016년 8월 12일)를 넘어 8560만㎾를 찍기도 했다. 정부가 기업의 전력사용 감축을 요청하는 급전 지시를 내리면서 전력수요는 더 치솟지 않았다. 예비율도 16.5% 수준으로 전력공급은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다.

추위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눈길 사고로 인한 구조요청도 잇따랐다. 오전 4시55분 전남 순천시 승주읍 낙안읍성 주변 도로에서는 관광버스가 빙판길에 고립됐다 승객 20여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폭설이 집중된 제주와 광주·전남 등 호남지역에서는 이밖에도 수십건의 교통사고와 차량 고립, 낙상사고 등이 이어졌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는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강북구 수유동에서 수도계량기가 얼어 수도관이 터졌고,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텐트가 바람에 날려 나무에 걸렸다. 서울 관악구는 한파로 인한 피해에 상시 대처할 수 있도록 한파대책 종합지원 상황실을 구성해 24시간 운영에 돌입했다. 광주와 전남 지역도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면서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12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12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전날보다 더 떨어진 영하 15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예슬 박세환 기자, 제주=주미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