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투기 상황 방치 안돼”
朴 법무, 처음부터 부정적 시각
정부 내서는 최후 수단으로 검토
결국 “관계부처와 협의” 물러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는 기존 투자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내에서도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돼 온 조치다. 법무부가 주도하는 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대응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온 내용인데도 11일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추가 특별대책을 내놓으면서 비이성적 투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도박의 양태와 같다”면서 근절해야할 대상으로 규명한 것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법무부는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2000년대 전국을 휩쓸었던 도박 게임 ‘바다이야기’보다 10배가 넘는 국가적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거품이 향후 1∼2년 안에 꺼지면 약 330만명이 수십조원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도 “처음부터 거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고 관련 부처에도 이 같은 시각을 전달해 왔다”면서 “가상화폐 버블이 10%만 꺼져도 피해가 너무나 클 것이다. 우리 경제발전에 해악이 될 위험한 거래”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거래소 폐쇄 시 예상되는 거래 음성화, 제3국 거래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대비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금융위 등이 합동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불법자금 세탁방지 장치를 두고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며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가상화폐 거래용 계좌 서비스 중단 조치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근거법을 만들 것인데 그 전까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들을 우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날 오후 청와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정부의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고 밝힌 뒤 한 발 물러섰다. 대변인 명의의 공지를 통해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가뜩이나 예민한 시장에 정부가 섣불리 대응하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민영 윤성민 기자 mymin@kmib.co.kr
“가상화폐 투기, ‘바다이야기’ 도박보다 위험” 칼 뽑았지만
입력 2018-01-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