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겨냥 다시 칼 뽑아
투기과열지구 집중 점검
변칙상속·증여도 감시
국토부·지자체 합동단속
보유세 강화 카드도 거론
“국지적 규제 역풍” 우려도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겨냥해 다시 칼을 뽑아들었다.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최고 수준의 단속을 무기한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부동산대책이 쏟아지는데도 일부 지역 집값이 되레 오르고 있어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지속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면서 ‘보유세 강화’라는 초강력 카드도 거론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 재건축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집값은 잇단 부동산대책에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서울지역의 주간 아파트값은 한 주 만에 0.29% 올랐다. 지난주(0.26%)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4주 연속 오름세다. 역시 강남의 영향이 컸다. 강남권 집값은 일주일 만에 0.42%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는 1.10%나 올라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부동산 투기’를 지목했다. 그는 “올해 주택 공급물량이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세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투기적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는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어렵게 하는 등 주거안정을 위협한다”고 세게 경고했다.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정부는 이달부터 모든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무기한 합동점검에 들어간다. 국세청은 변칙적인 부동산 상속·증여 등 세금탈루 의심거래를 집중 감시한다. 탈루세금을 추징하고, 탈세자를 검찰 고발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단속도 진행된다.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불법청약 전매나 재건축 사업비리, 호가 부풀리기 등 교란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금융회사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점검한다.
이런 전방위 압박에도 투기를 뿌리뽑지 못하면 추가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시장 교란이 지속되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대출규제 강화와 세제상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세제상 조치’는 보유세 강화를 뜻한다. 보유세 중에서도 다주택자와 고액부동산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부동산세를 무겁게 매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 방식은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보유세 개편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을 겨냥한 부동산정책의 효과에 물음표를 던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책은 가격보다는 거래량을 잡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쏟아진 규제의 역효과로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도 “정부의 모든 관심이 강남에만 쏠려 있는데, 이런 초국지적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침체가 오랫동안 이어진 지방 부동산시장에 대한 조치와 함께 다른 투자처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김동연 “강남·재건축 과열… 최고 강도로 무기한 단속”
입력 2018-01-11 19:22 수정 2018-01-11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