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권위’ 내세우며 판정
감독·선수들의 대화 요청 차단
당사자들 파울·경고·퇴장 당해
“예전에는 선수와 심판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지금은 ‘방아쇠’가 너무 빨리 당겨진다.”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포워드 카멜로 앤서니는 11일(한국시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한 번 잘못 쳐다봐도, 한 마디만 잘못해도 테크니컬 파울”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데뷔한 15년 전과 비교하면 심판들이 점점 선수의 대화 요청을 차단한다는 불만이었다.
올 시즌 NBA에서는 심판들이 괜한 권위를 세운다는 지적이 끊임없다. 4일에 1차례씩 퇴장 사례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NBA 경력 내내 퇴장당한 적이 없던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비롯해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드마커스 커즌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올 시즌 줄줄이 퇴장당했다. 단일팀 통산 최다승 기록을 가진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마저 상대 선수의 턴오버를 지적하다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NBA 선수들은 심판들의 불통이 불만이다. 선수협 노조가 심판협에 회의를 요청하고 “심판이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할 때 좌절감을 느낀다”고 전달할 정도다. 올 시즌 11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은 “NBA가 새로워져야 한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NBA는 그린이 리그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매겼다.
심판의 태도는 단호해졌지만 판정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보스턴 셀틱스가 휴스턴 로키츠에 26점차 경기를 역전, 승리한 이후 카리스 레버트(브루클린 네츠)는 “그런 식으로 게임이 끝나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보스턴의 추격보다 제임스 하든(휴스턴)에게 내려진 석연찮은 파울 판정이 더욱 큰 이슈였다.
‘크리스마스 매치’로 화제를 모은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경기에서도 치명적 오심이 있었다. 제임스의 마지막 돌파를 저지한 듀란트의 수비가 사실 파울이었다는 뒤늦은 고백이었다. 제임스는 “최악은, 심판에게 다가가 대화를 요청했을 때 심판들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판과의 소통 문제가 대두되기는 올 시즌 한국프로농구(KBL)도 마찬가지다.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은 지난 6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사이드라인을 넘어선 채 손가락질을 했다가 이정협 주심으로부터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았다. 판정을 이해하지 못한 추 감독은 경기 후에도 심판진에게 항의했고, 이 때문에 KBL에서 1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KBL은 이 주심에게도 같은 액수의 제재금을 결정했다. 경고 조치는 주심의 재량권이었지만 판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판단이었다. KBL 관계자는 “심판 판정 논란은 KBL의 최대 현안”이라며 “경기 장면을 수십 차례 돌려 보며 토론하고, 분석 결과를 심판진에게 전달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NBA도 KBL도… 끊이지 않는 심판 판정 논란
입력 2018-01-1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