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재건축 비리·비자금 수사에 숨죽인 건설사들

입력 2018-01-11 05:03

연초부터 건설업계가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재건축 비리와 탈세, 비자금 조성 혐의로 주요 건설사를 향한 검·경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정부가 잡지 못한 집값에 대한 책임을 건설사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황현덕)는 최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GS건설 상무 김모씨를 구속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장에서 일감을 구해주겠다며 건축사 사무소로부터 1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다. 이미 해당 사무소에 금품을 받고 공사 일감을 준 포스코건설과 금호산업 관계자는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수사당국의 재건축 비리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장의 시공권을 따낼 목적으로 기획사 등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 비리로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를 압수수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재건축 비리 혐의는 아니지만 다른 건설사도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부영그룹 계열사는 지난 9일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14년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림산업의 경우 전현직 임직원들이 하청업체에서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지난해 11월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을 위기에 놓였다.

건설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롯데건설 압색 이후 2달여 만에 경찰의 추가 조사가 이어지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다만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발표 시점과 검·경의 조사 시점이 교묘히 맞물려 있다”며 “새해 벽두부터 서울 집값이 뛰면서 정책 실패를 논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주의를 분산시켜 책임을 건설업계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