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군사당국회담 합의는 했지만… 北, 연합훈련 중단 요구 땐 난항

입력 2018-01-09 23:14 수정 2018-01-09 23:17

남북 대표단이 9일 고위급 회담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를 주장한 만큼 상호 비방 중단,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조치가 전격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에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이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군사당국 회담 일정이나 회담 참석자 면면은 향후 실무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남북 대표단이 공동보도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넣은 점도 군사당국 회담에 앞선 화해 무드 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군사당국 회담은 2016년 5월 7차 노동당대회 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측에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측이 앞으로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울 경우 군사당국 회담은 결실을 맺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까지 대규모 방문단을 파견키로 약속하는 등 평창올림픽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단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뒤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 북측 대표단은 후속 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언급할 수 있다. 이 중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이 군사당국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경우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일각에선 남북 군사당국 회담이 북한 대표단의 육로 방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실무적 조치 논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연합 훈련 중단 등 북측 요구가 모두 수용될 수 없지만 경협 사안에서 절충점을 찾으며 회담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다. 공동보도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했다’는 부분이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남측 대표단이 제안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이날 회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다음달 설 계기 상봉은 시간이 촉박해 실무적으로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10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때도 8·25 남북 합의와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쳐 상봉 행사가 성사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당시에도 원래 계획은 추석(2015년 9월 27일)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한 달이 지체됐다.

명분 측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은 풀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북한은 북송을 원하는 탈북민 김련희씨와 2016년 4월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을 송환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측도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을 공식적으로 북송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북측 주장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려면 남북 간 팽팽한 입장차부터 해소해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및 수석대표 접촉 후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당국 회담은) 북측에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북측도 기본적으로 평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그런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 왔다”고 전했다.

김경택 조성은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