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공세… 근거 제시못해
“MB 당시 군사협약 존재”
의혹 제기에 전환점 맞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파견 관련 의혹은 ‘대북 접촉설’에서 시작해 ‘왕족 비자금 추적설’ ‘원전 계약 파기설’ 등으로 이어지며 한 달여간 지속됐다. 야당이 총공세를 펼쳤지만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의혹은 흐지부지됐다.
현재 한국과 UAE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이명박정부 당시 UAE와 비밀 군사협약을 체결했는데,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 이를 변경하려다 UAE 측이 반발하자 수습하는 것’이라는 얼개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UAE 특사 파견 논란은 임 실장이 UAE에 방문한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불거졌다. 청와대는 임 실장 특사 파견의 이유를 당초 “아크부대 등 파병부대 격려”라고 밝혔지만, 한 달 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아크 부대 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목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사 파견이 이례적이라는 점도 해석이 분분한 계기가 됐다.
처음 제기된 의혹은 ‘임 실장이 북한 인사를 만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의혹은 다른 양상으로 확대됐다. ‘UAE 원전 수주 비리를 문재인정부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UAE 왕실 비자금을 건드려 국교단절 위기를 맞았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UAE와 외교적 마찰이 생겨 수습을 위해 임 실장이 파견됐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을 ‘원전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총공세를 폈다. 국정조사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원전 게이트는 정치적 공세에 그쳤다.
의혹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이명박정부에서 UAE와 맺은 비밀 군사협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일 “이명박정부 때 대규모 군사 지원을 하는 양해각서(MOU)를 UAE와 체결했는데 이행 여부를 두고 박근혜정부 때 탈이 나 이번 정부가 수습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태영 전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09년 UAE와 유사시 군사 개입을 약속하는 비밀 군사협약을 맺었다고 인정하면서 김 의원 주장은 힘을 받게 됐다.
추가적인 의혹도 나왔다. 김 의원은 9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등 다른 중동 수니파 국가와도 군사협력 MOU를 맺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로 박근혜정부 당시 180억원 상당의 전시비축탄약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반출됐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송 장관이 지난해 11월 UAE를 방문한 것은 기존에 맺은 MOU를 수정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익 차원에서 수습은 수습대로 하고, 청와대가 그간의 의혹을 국민 앞에 어떻게 설명하는지 지켜보고 대응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이종선 기자 woody@kmib.co.kr
北접촉설→비자금설→원전파기설… UAE 의혹, 태산명동 서일필?
입력 2018-01-1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