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등 언급과 서해 軍 통신선 복원 안팎
이산상봉은 시간적으로 촉박
군사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아
평창을 넘어선 대화에 초점
北, 구체적 요구 내놓지 않고
민족적 화해·단합 강조
23개월 만에 통신선 연결 화답
우리 측은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회담 의제를 평창 동계올림픽에 한정하지 않고 남북 관계 현안 전반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북측에 전달했다.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와 함께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및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 개최도 언급했다. 회담 범위를 북측 대표단 참가 쪽으로 한정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다.
북한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단절됐던 서해 군 통신선을 23개월 만에 조건 없이 복원함으로써 우리 측 제안에 일부 화답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7월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제안하면서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해 응답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북측은 묵살했다. 북측의 전향적 조치는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뜻이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 군사당국 회담은 2016년 5월 7차 노동당대회 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 측에 요구해온 사항이기도 하다. 올해 북한이 국면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상 군사 분야에서도 대화 물꼬가 트일 수 있다. 군 통신선 복원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의 육로 방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실무적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 남북 육로 개통을 위해서는 군 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다.
반면 이산가족 상봉은 아직 난관이 적지 않다. 특히 다음달 설 계기 상봉은 시간이 촉박해 실무적으로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2015년 10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때도 8·25 남북 합의와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쳐 상봉 행사가 성사되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 당시에도 원래 계획은 추석(2015년 9월 27일)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한 달이 지체됐다.
명분 측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은 난관이 많다. 북한은 북송을 원하는 탈북민 김련희씨와 2016년 4월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을 송환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측도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을 공식적으로 북송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북측 주장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려면 남북 간 팽팽한 입장차부터 해소해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및 수석대표 접촉 후 브리핑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당국 회담은) 북측에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북측도 기본적으로 평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는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그런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 왔다”고 전했다.
북측은 평창올림픽 문제에 집중하는 쪽으로 회담 전략을 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 전에는 북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을 언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북측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과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자신들의 관심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측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하지 않은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측은 평창올림픽 참가로 전반적인 관계 개선 분위기부터 다져놓은 뒤 후속 회담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꺼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은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jse130801@kmib.co.kr
[남북 고위급회담] 南 “현안 전반 논의” 적극 전달… 北도 긍정적 반응
입력 2018-01-09 18:52 수정 2018-01-09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