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칼끝 이중근 회장 겨냥… 본격 수사 착수
국세청·공정위 고발건 병합
李 개인비리 의혹도 조사
부영, 대규모 변호인단 꾸려
적폐청산 집중해 온 검찰
재계 수사로 중심이동 관측
검찰이 탈세와 횡령 등 의혹을 받고 있는 부영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 칼끝은 이중근(사진) 부영그룹 회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9일 서울 중구 부영주택 등 부영그룹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각종 회계장부와 내부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앞서 이 회장 등 핵심 경영진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부영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예고된 일이었다. 국세청은 2016년 4월 이 회장이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수십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영그룹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내면서 이 회장 친척이 운영하는 계열사 7곳의 차명지분현황을 고의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위장계열사를 통해 청소 용역 등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제기돼 있다.
검찰의 움직임은 정권이 교체되고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검사장 체제로 정비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8월 특수1부에 배당돼 있던 국세청 고발사건을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재배당하면서 공정위 고발건과 병합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고발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중 제기된 이 회장의 회사자금 유용 등 개인비리 의혹도 내사해 왔다. 부영그룹이 캄보디아에 해외법인을 세워 비자금·탈세 통로로 활용했다는 의혹도 함께 보고 있다. 또 부영그룹이 몸집을 키워 온 기반이었던 공공 임대주택 사업 과정에서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수사는 부영 경영비리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과 공정위 고발 건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횡령이나 서민 상대 임대주택 불법 분양 이슈 등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해 10월 경기도 화성동탄2지구 부영아파트 부실시공 의혹 등과 관련해 이 회장과 부영주택 대표이사들을 업무방해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영 측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속한 법무법인 서평을 이번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적폐청산 수사에 집중했던 검찰이 이번 수사를 계기로 그간 미뤄뒀던 재계 사정 수사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순위 16위인 부영그룹이 ‘건설업계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이 회장이 첫 번째 타깃이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해 처음 고발한 대기업 총수다.
이 회장은 2016년 2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최순실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내는 대신 세무조사를 무마시켜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조민영 황인호 기자 mymin@kmib.co.kr
‘탈세·횡령 의혹’ 재계 16위 부영 대대적 압수수색
입력 2018-01-09 18:15 수정 2018-01-09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