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 文 대통령 예방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비공개 군사협약 문제
외교·국방 ‘2+2 채널’ 논의
갈등 봉합·출구 전략 마련
UAE 왕세제 친서도 전달
연초 UAE 방문 검토키로
임종석 비서실장과는 오찬
정부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비공개 군사협약 논란을 외교·국방 당국 간 ‘2+2 채널’을 신설해 논의키로 했다. 비공개 협약 내용이 외부에 드러나고 갈등 의혹이 확대될수록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도출한 출구전략이다.
양국은 매년 고위급 상호 방문을 정례화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의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9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칼둔 행정청장은 무함마드 왕세제의 최측근으로,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칼둔 청장에게 그동안 유지해온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한 관계로 격상·발전시킬 수 있도록 칼둔 청장이 기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칼둔 청장이 “양국은 이혼을 허락지 않는 가톨릭식 결혼을 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합시다”라고 답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칼둔 청장은 접견에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칼둔 청장은 이 자리에서도 양국 관계를 결혼에 빗대며 “결혼 생활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은 부분을 화합해 극복하는 게 결혼 생활”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다소의 갈등은 있었지만 이를 봉합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자는 제안이다.
칼둔 청장은 임 실장에게 최근 불거진 비공개 군사협약 갈등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를 전해들은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그간 한국 상황 때문에 UAE에 불편을 끼쳐드리지 않았는지 하는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2+2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조율할 전망이다. 현 단계에서는 갈등을 봉합하되 추후 입장차를 조율하는 형태다. 중국과의 사드(THAAD) 갈등, 한·일 위안부 합의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과 비슷하다. 2+2 채널은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 채널로 추진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 채널을 새롭게 형성하고 그 안에서 모든 문제를 다양하게 논의해 가기로 했다”며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킬 수 있도록 현안과 미래 계획을 두고 폭넓고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현실을 인정하고 향후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속에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칼둔 청장은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UAE 왕세제의 친서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UAE 바라카 원전 1기가 완공되는 연말쯤 UAE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초청을 받아들여 연초 UAE 방문을 검토키로 했다.
정부는 칼둔 청장을 국빈급으로 예우했다. 임 실장과 오찬간담회를 한 한국가구박물관은 2014년 국빈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 오찬을,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배우자들이 김윤옥 여사와 오찬을 한 곳이다. 오찬 메뉴는 칼둔 청장을 배려해 할랄 음식으로 제공됐다. 간담회도 예정보다 2시간을 넘긴 3시간30여분간 진행됐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UAE는 중동 내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이 가장 많은 곳”이라며 “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양국의 실리와 국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칼둔 “이혼 허락않는 결혼” 文 대통령 “뜨겁게 사랑하자”
입력 2018-01-09 18:40 수정 2018-01-09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