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유지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지만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체결한 합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고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이 발견됐고,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무작정 협상을 파기하고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피해자 중심, 보편적 인권이라는 국제규범을 토대로 위안부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밝히면서 국내에서 들끓었던 여론은 진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라는 여론도 조금씩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일본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일본 정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한 결정도 부담이다. 당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우리 정부의 위안부 합의 새 방침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은 만큼 서두르지 말고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동시에 일본 정부에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을 줬으니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식의 행동은 여론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규범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일본이 마음으로 사죄를 표명한다는 구절이 합의문에 들어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나라 외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가 국내 여론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한 외교문서를 꺼내들고 협상 과정을 속속들이 파헤쳤다는 점을 차분히 복기하고 반성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약속을 뒤집을 수 있는 나라라는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전략이 안 보인다
입력 2018-01-09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