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경찰에 이관되면… ‘오·남용 없을까’ 우려 목소리

입력 2018-01-08 18:47 수정 2018-01-08 21:58

경찰 조직 확대로 이어져
또다른 정보기관 출현 경계
국정원 인력 보내는 방안 검토
경찰 관계자 “인권침해 등
문제 없도록 제도적 보완”

국가정보원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이관 절차 등이 순조롭게 이행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국가경찰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국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국정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등은 지난해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경찰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업무 영역이 비대해지는 점도 감안됐다. 이 과정에서 ‘안보수사청’ 신설, 법무부나 총리실 산하에 ‘안보수사국’ 설치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정부 내부 조율 끝에 문 대통령 공약대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기로 가닥이 잡혔지만 과연 경찰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에 집중된 대공수사권이 잘못 쓰이거나 남용된다면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8일 “아직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한 실무 논의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된다면 인권 문제 등 국민들이 우려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도 충분히 갖춰나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이 결국 경찰 조직 비대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강력한 정보기관이 출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정원 내의 대공수사 인력도 경찰에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수사 인력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 감시 활동을 해온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기존에도 경찰에 대공수사권이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없었다”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이 경찰 조직 확대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된 통계를 보면 대부분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었다. 이 기간에 입건된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739명 중 531명(71%)은 경찰이, 187명(25%)은 국정원이 수사했다. 나머지 31명(4%)은 군 검찰이나 기무사 등이 처리했다.

대공수사권 이관에 앞서 자치경찰제 도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정원 개혁위에서 활동한 장유식 변호사는 “권력기관의 기본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대공수사권 이관도 결국 경찰 분권화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경찰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이관된다면 내부적으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가 자치경찰제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각종 사법 현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