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가 BBK투자자문에 투자한 14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검찰이 보고 있다. 사적인 송사에 외교관을 동원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다스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조사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8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미국에 거주 중인 김 전 총영사가 자진 입국해 조사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총영사가 다스 투자금 회수에 개입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미국 변호사인 김 전 총영사는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다스 측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이례적으로 미국 영주권자인 그를 LA 총영사에 발탁했다. 영사 업무와 함께 송사 실무도 챙긴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다스 투자금 회수 의혹을 풀 열쇠를 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전 총영사를 검찰 조사실에 앉히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해 김 전 총영사를 송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김 전 총영사가 자발적으로 입국해 조사를 받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검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김 전 총영사 측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영사 조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검찰은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김경준 관련 LA 총영사의 검토 요청 사안’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의 (김경준 전 BBK 대표의) 스위스 계좌 동결 요청은 어려운 것으로 보임’이라고 적혀 있다. 2008년 11월 10일 김 전 총영사가 LA 한식당에서 다스 이사와 기획실 계장, 변호사 등과 소송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다스 측 회의록도 입수했다.
검찰은 최근 MB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검찰 사무관 양모씨로부터 이들 문건의 신뢰성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에서 LA 총영사관 측과 다스 관련 업무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MB의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정1비서관을 지낸 신학수 다스 감사도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를 축적하며 단단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다스 수사 ‘키맨’ 김재수 전 LA총영사… 檢, 귀국 유도 나서
입력 2018-01-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