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영업하나” 묻자 “문제 없다”
몇몇 방에선 노랫소리 흘러나와
다른 식당 ‘은반관’도 영업 중
조선족 등 명의로 운영 가능성
선양·상하이 등선 줄줄이 문 닫아
중국 당국이 자국 내 북한 기업을 폐쇄토록 한 기한이 9일로 다가오면서 문 닫는 북한식당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4개월 유예기간 동안 대비를 한 듯 베이징의 유명 북한식당들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된 지난해 9월 12일을 기점으로 120일 내에 자국 내 북한기업들을 모두 폐쇄하도록 했다. 그 시한이 9일이다.
지난 7일 오후 베이징 왕징의 북한식당 ‘평양 옥류관’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여종업원이 불을 켜며 “지금은 식사시간이 아니어서 쉬고 있었다”고 했다. 9일 이후에도 계속 영업하느냐고 묻자 “문제 없다”고 했다. 계속 체류할 수 있느냐는 말에도 “중국에 3년 머물기로 했는데 아직 1년 남았다. 여기서 계속 일할 것”이라고 했다. 밝은 목소리에 경계하는 눈빛도 전혀 없었다. “정세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며 대화에 적극적이었다.
오히려 식사를 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장군과 건배를 했던 술”이라며 360위안(5만9000원)짜리 들쭉술을 권하기도 했다. 7시30분부터 공연이 시작된 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하자 흔쾌히 “괜찮다”고 했다. 또 100위안(1만6500원)이면 무대에서 공연한 사람들과 기념촬영도 할 수 있다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 앞 홀에 있는 15∼16개 테이블 중 5∼6곳 정도만 손님이 차 있어 분위기는 썰렁했다.
옥류관 2층에는 식사할 수 있는 원탁과 노래방 기기가 갖춰진 방들이 빼곡했다. 방 이용료가 600위안(약 10만원)이라는데 한 방에선 가족 단위 손님들이 가야금 공연을 즐기며 식사 중이었다. 몇몇 방에선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데 대부분 중국인들 같았다. 하지만 2층 역시 대부분 방에 불이 꺼져 있어 을씨년스러웠다.
베이징에선 옥류관뿐 아니라 다른 북한식당 은반관도 정상영업 중이다. 북한대사관 부근 북한식당인 해당화도 “영업을 계속 한다”고 홍보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식당들이 영업을 계속한다면 아마 중국인이나 조선족, 일본인으로 명의를 바꿔 세탁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양과 상하이 등 중국 곳곳의 북한식당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8일 선양의 ‘코리안타운’ 시타지역의 북한식당 ‘모란관’은 출입구에 ‘내부수리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휴업 공고를 붙이고 영업을 중단했다. 모란관 여종업원들은 평소 영업개시에 앞서 식당 입구에서 10분간 체조를 했으나,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타지역에는 북한식당 10여곳이 영업 중이지만 선양시의 폐쇄 압력이 만만치 않아 문을 닫는 식당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하이에서도 지난 한 달 사이 청류관, 고려관 등 북한식당 브랜드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항저우와 쑤저우의 북한식당들도 대부분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글·사진 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폐쇄 앞둔 베이징 ‘평양옥류관’… 여전히 정상영업, 손님은 ‘썰렁’
입력 2018-01-08 18:44 수정 2018-01-08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