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국립신미술관 전시와 비교해 보니… “일본전은 아카데믹… 한국전은 친밀하고 드라마틱”

입력 2018-01-09 20:01 수정 2018-01-09 21:10
로타르 좌상(석고 원본·1965∼1966).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는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특별전으로 한국에서 열리기 전 지난해 여름 일본 도쿄 국립신미술관에서도 개최됐다. 이번 전시가 도쿄전 순회전의 하나로 한국에 온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는 이유다. 하지만 두 전시는 엄연히 다르다.

국민일보 특별전은 세계 최대이자 최고 수준의 자코메티 컬렉션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이하 자코메티 재단)과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 재단은 작품 50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자코메티 아내 아네트의 기증품을 기반으로 조성된 자코메티 재단은 다른 컬렉션에는 없는 작가 소장본인 석고 원본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한국전도 석고 원본이 15점이나 왔다.

반면 일본전은 갤러리 출신의 매그 재단 소장품으로 꾸며졌다. 조각 유화 드로잉 판화 등 전 생애에 걸쳐 제작된 작품 132점을 회고전 형식으로 구성했다. 물량 면에서는 한국전(120점)보다 조금 많지만, 석고 원본이 한 점도 전시되지 않았다. 한국전은 작가의 전성기인 1960년대 엄선된 작품 위주로 건너온 일종의 걸작전이다.

‘디스플레이의 달인’이라는 주관사 코바나컨텐츠의 전시는 걸작의 맛을 잘 살려낸다. 자코메티 최후의 작품인 ‘로타르 좌상’ 방이 그런 예다. 성찰의 공간처럼 똑같은 로타르 좌상의 석고 원본과 청동상이 마주 보듯 진열돼 있다. 전시장에서 두 가지 재질의 서로 다른 느낌을 비교해 보라. 작가의 마지막 손길이 닿은 석고 원본의 아우라에 소름이 돋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시는 대중과 교감하는 측면에서도 탁월성을 보여준다. 뜨겁고 치열했던 자코메티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완성하기까지 영감을 줬던 모델별로 전시돼 있다. 아내 아네트, 동생 디에고, 일본인 친구 야나이하라 이사쿠, 마지막 모델 로타르 등 주요 모델별로 작품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친절히 곁들여 자코메티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두 전시를 모두 관람한 최종태 조각가는 9일 “일본전이 아카데믹하다면 한국전은 친밀하면서도 드라마틱하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객은 “일본 전시가 작품 그 자체를 만나는 느낌이었다면 한국전은 작가 자코메티와 대면하는 느낌이 들어 푹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