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온통 검은 물결로 일렁였다. 여배우들이 일제히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난해 연쇄적으로 번진 영화계 성추문에 대한 비판의 뜻을 표출한 것이다. 외신들은 ‘블랙아웃(blackout·정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전부 검은 의상 차림이었다.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먼, 엠마 왓슨 등 배우들은 물론 감독 작가 제작자 등 대다수가 동참했다.
‘올블랙’ 의상을 맞춰 입은 건 지난해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시작으로 미국 사회를 휩쓴 ‘미투(Me too) 캠페인’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동이었다. 미투 캠페인을 이끈 데 이어 성추행·성폭력·성차별 문제를 없애기 위한 단체 ‘타임즈 업(Time’s Up)’을 결성한 할리우드 여배우와 스태프들이 이날 이벤트도 주도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영화 ‘쓰리 빌보드’가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프란시스 맥도먼트) 남우조연상(샘 록웰) 각본상 4관왕을 석권했다. 남우주연상은 덩케르크 작전을 다룬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이 거머쥐었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는 배우 겸 감독 그레타 거윅이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담은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가 최우수 작품상을 차지했고, 이 영화의 주연배우 시얼샤 로넌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남우주연상은 ‘디제스터 아티스트’의 제임스 프랑코가 받았다.
최다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감독상과 작곡상 2관왕에 올랐다. 여우조연상은 ‘아이 토냐’의 앨리슨 재니가 수상했다.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은 디즈니·픽사의 ‘코코’,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은 독일영화 ‘인 더 페이드’, 주제가상은 ‘위대한 쇼맨’의 ‘디스 이즈 미’에 각각 돌아갔다. 공로상인 세실 B 데밀상은 흑인 여성 최초로 오프라 윈프리가 차지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상 수상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4일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反성폭력 블랙아웃 속 ‘쓰리 빌보드’ 반짝 [75회 골든글로브]
입력 2018-01-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