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일본 神社-기복신앙 ‘씁쓸한 닮은꼴’

입력 2018-01-09 00:00 수정 2018-01-09 11:02
일본인 참배객들이 7일 일본 도쿄의 대표적 신사인 메이지진구 경내에서 운세가 적힌 종이를 뽑는 ‘오미쿠지’(제비뽑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매년 이맘때 소원을 빌려는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본은 새해맞이 분위기가 한창입니다. 이맘때면 전국 유명 사찰이나 신사(神社)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은 신도(神道)의 나라. 요즘 신사에는 하쓰모데(初詣)라는 신년 참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쓰모데는 무사와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입니다. 매년 8000만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7일 도쿄의 대표적 신사인 메이지진구(明治神宮)를 찾았습니다. 일본 3대 신사 중 하나로 메이지 일왕을 신으로 섬기는 곳입니다. 한국인 입장에선 경술국치를 초래한 일왕이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곳입니다. 신사의 상징이자 대문인 ‘도리이(鳥居)’ 밑으로는 인산인해였습니다.

신사 경내로 들어가자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배는 동전을 던지며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뒤, 두 번 박수를 치고 합장한 채 기도하는 순서로 1∼2분 소요됐습니다. 동전은 보통 5엔짜리를 사용했습니다. 5엔(円)의 일본어 발음 ‘고엔’이 인연이라는 뜻의 단어(故緣)와 발음이 같아서라고 합니다. 동전을 던지며 인연을 기대하는 것이겠지요.

신사 경내엔 각종 부적 판매대와 운세 뽑기,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습니다. ‘오미쿠지’라 불리는 제비뽑기의 경우, 100엔을 내고 막대를 뽑으면 운세가 적힌 종이를 내주는데 참배객들은 진지하게 읽습니다. 새해 기도제목을 적어내는 신청서도 보입니다.

앞서 6일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간다묘진(神田明神) 신사에 들렀습니다. ‘에마(繪馬)’라는 나무판에 사람들이 소원을 직접 적은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합격 기원’ ‘건강 제일’ ‘세계 평화’ ‘좋은 회사 입사’ ‘사운융창(社運隆昌)’ 같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은 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였습니다. 다름 아닌 한국교회의 신년 헌금봉투에 적어내는 기도제목과 유사했던 것입니다. 소박한 일본인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지만 우리네 신자들의 기도제목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씁쓸했습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의 간증 내용을 종합하면 ‘예수 믿고 복 받았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예수=복’이란 공식인데요. 이 간증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복이 현세적 축복만을 의미한다면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는 공식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예수 없이도 물질적 복을 받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가 추구한 복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봅니다. 예수보다는 복을 더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평생 부족함 없이 축복을 누리며 살았던 솔로몬의 인생 결말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였습니다.

반면 산전수전 다 겪었던 그의 아버지 다윗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를 고백합니다. 신자의 기도제목, 신앙고백을 다시 생각해보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쿄=글·사진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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