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어 하뉴·페르난데스 등 월드 스타 지도
기술 지도뿐 아니라 정보전 능숙
심판과 대화로 채점 기준 알아내
차준환과는 2015년부터 인연
본인은 올림픽서 銀만 2개 따
제자들 통해 ‘3연속 금메달’ 도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최종 3차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 ‘국민 남동생’ 차준환(17)이 프리스케이팅을 깔끔하게 마치자 가슴을 졸이고 있던 브라이언 오서(57) 코치가 환하게 웃었다.
오서 코치는 아이스링크에서 나온 애제자를 따뜻하게 안아 줬다.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는 기술점수(TES) 87.76점, 예술점수(PCS) 80.84점, 총점 168.60점이었다. 차준환이 총점 146.18점에 그친 이준형(22)을 극적으로 꺾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권을 획득하는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바로 오서 코치였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28)를 가르친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는 2007년부터 김연아를 지도하며 기술을 전수했고, 자신감을 심어 주는 멘토 역할도 했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 함께한 2007-2008 시즌부터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오서 코치가 있었기에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오서 코치는 기술 지도뿐만 아니라 정보전에도 능하다. 일본 주간지 ‘여자 SPA!’가 발간한 단행본 ‘팀 브라이언’에 따르면 오서 코치는 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빙상연맹(ISU)이 선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파악했다. 또 수시로 심판진과 대화하며 채점 기준을 알아냈다. 그리고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주도면밀하게 구성했다.
오서 코치는 2015년 3월부터 차준환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으로 훈련지를 옮긴 뒤 급성장한 차준환은 지난해 3월 ISU와의 인터뷰에서 “오서 코치와 정말 훈련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같이 훈련하는) 하뉴 유즈루(24·일본)와 김연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나는 단지 내게 힘을 실어 주는 훌륭한 지도자를 찾고 싶었다. 오서 코치는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줄 지도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 외에도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2년부터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은 하뉴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과 세계선수권 우승 등으로 최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오서 코치의 또 다른 제자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7·스페인)는 2015년과 2016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차지했다. 둘은 평창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다툴 라이벌이다.
오서 코치는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미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베테랑 애덤 리펀(29)을 지도한 적도 있다. 리펀은 2008∼2010년 오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김연아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했다. 리펀은 7일 발표된 미국의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대표팀 명단에 네이선 첸(19), 빈센트 주(17)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와 하뉴의 스승인 오서 코치는 ‘피겨 연금술사’로 통한다. 하지만 자신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고, 은메달만 두 개(1984년 사라예보 대회·1988년 캘거리 대회) 목에 걸었다. 남자 싱글 우승 후보들을 이끌고 평창올림픽에 나서는 오서 코치가 또 한 번 제자를 통해 ‘금메달 한풀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피겨 연금술사 오서 코치, 이번엔 차준환이다
입력 2018-01-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