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필수] 선택진료비 폐지 이후

입력 2018-01-08 17:32

‘2018년 1월 1일부터 우리 병원은 선택진료비를 받지 않습니다.’ 신년에 첫 출근하면서 어떤 병원에 붙여진 현수막을 봤다. 그동안 정부와 논의했던 3대 비급여 해소 작업 중 가장 큰 과제였던 선택진료비에 대한 완전 폐지가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서 시행되는 것이다.

지난해 의료계의 가장 큰 이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었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전면 해소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건강보험의 의료안전망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은 많은 국민의 관심과 환영을 받았다. 그 결과 몇 가지 과제가 올 1월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그 가운데 국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될 내용이 선택진료비 폐지다.

선택진료비는 병원에 있는 여러 의사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 진료를 받는 경우 환자가 진료비 총액의 15%에서 많게는 50%까지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 제도다. 환자에게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대표적인 비급여다.

추가 비용 전체를 환자가 지불하다 보니 환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환자에게 청구되는 의료비가 고액인 경우 검사비 등과 같은 행위에 대한 비용이 아닌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 같은 비급여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의미하는 ‘3대 비급여’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2014년부터 선택진료비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2016년에는 병원별로 선택진료 의사 비율을 33.4%까지 줄였고, 올해부터는 선택진료비가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선택진료비에는 긍정적 면도 있었다. 경력이 많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선택진료비를 내더라도 원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높은 진료 수준에 만족하기도 한다. 당연히 폐단도 있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선택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진료 시간표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자는 억울하게 원하지 않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진료과목의 4분의 3을 초과해 선택진료 의사를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 날에 일반 의사가 없어 선택진료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난해 복지부와 병원 측은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고 이를 보상하는 방안을 수차례 논의했다. 그 결과 선택진료비를 폐지하는 대신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저평가된 370여개 항목의 수가를 인상하고, 의료질평가지원금 규모를 7000억원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입원료도 종별로 1∼7% 인상하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손실보상 방안도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선택진료비 폐지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선택진료비 폐지로 어느 정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의 현실이 걱정스럽다. 정부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체 보상 규모에 대해서는 복지부에서 적정 보상의 원칙에 따라 고려한다고 하나 의료기관별로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중소병원의 경우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향후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충분한 손실 보상이 됐는지에 대한 분석을 잘 살펴봐야 한다.

선택진료비 폐지가 우리 의료시스템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됨에 따라 선택진료를 많이 실시했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선택진료비 폐지 이후에는 이런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대승적 차원에서 의료계는 정부 시책에 협조하기로 하고 의료기관별로 환자에게 선택진료비 폐지에 대해 안내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의사에 대한 선택 기회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