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우선? 금·은·동 같이?… 또 불거진 ‘종합순위’ 논쟁

입력 2018-01-09 05:00
평창올림픽에서 수여될 메달들. 왼쪽부터 은, 금, 동메달.뉴시스
IOC, 국가별 메달 현황 내지만
순위까지 공식 제시하지 않아
美 교수 새로운 방식 MPC 개발
한국, 金 위주로 종합 순위 발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우리 선수단이 내건 목표인 ‘종합 4위’는 실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가별 메달 현황을 발표하지만, 국가별 순위까지 공식 제시하지는 않는다. IOC의 위임을 받아 이번 대회를 운영하는 평창올림픽 조직위도 마찬가지다. 조직위 관계자는 8일 “‘종합순위’란 국가별로 알아서 따지는 것에 가깝다”며 “전체 메달 숫자로 순위를 집계하는 나라도 있고 금메달 숫자 우선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나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순위를 내는 전통적·일반적인 방식은 금메달 숫자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IOC도 대회 후 ‘올림픽 메달 표’를 발표할 때 금메달을 많이 따낸 국가를 맨 위에 적는다. 금메달 숫자가 같으면 은메달을 많이 딴 국가부터, 은메달까지 같으면 동메달 숫자가 많은 국가부터 정렬한다. 금·은·동메달 숫자가 각각 모두 같은 경우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국가명을 쓰게 돼 있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금·은·동메달 수를 합산해 종합순위를 따지는 방식은 미국 언론이 주로 택해 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 언론은 “우리가 올림픽 1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IOC의 표에서는 금메달 14개의 캐나다가 맨 위에 올라 있었지만, 전체 메달 수에서는 미국(37개)이 캐나다(26개)에 앞선다는 이유였다. 미국 언론은 2008 베이징올림픽 때에도 같은 이유로 자신들이 중국을 꺾고 종합 우승을 했다고 보도했었다.

이 같은 종합순위 논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반복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단순 합산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찰리 터글 교수는 최근 CNN을 통해 “은메달이 동메달과 다른 것처럼, 금메달은 은메달과 다르다”며 자신의 MPC(메달 프리미엄 계산법) 대로 종합순위 점수를 따질 것을 제안했다.

그가 개발했다는 MPC는 금메달을 5점, 은메달을 3점, 동메달을 2점씩으로 환산해 순위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터글 교수는 미 올림픽위원회가 금메달리스트에게 2만5000달러, 은메달리스트에게 1만5000달러, 동메달리스트에게 1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터글 교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보니 블레어가 쇼트트랙의 아폴로 안톤 오노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를 따낸 블레어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따낸 오노보다 메달 숫자가 적지만, 더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취지다.

터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대중의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 파견 선수단의 규모는 물론 국가의 인구 수, 소득 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 선수단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금메달 숫자 기준의 종합순위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국 선수단의 종합순위는 금메달 위주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