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송유관 폭발·이란 시위
북미 한파·달러 약세 등 원인
지난해 말부터 고공행진 지속
현재까지는 단기적 요인 작용
장기화 땐 생산·투자·소비 위축
배럴당 70달러 땐 GDP 0.59%↓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연초에도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수급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 등 단기 상승 요인이 작용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세계 3대 유종<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평균가는 12월 넷째 주 대비 모두 상승했다. WTI가 배럴당 1.39달러 상승한 것을 비롯해 두바이유(1.12달러), 브렌트유(0.76달러)도 모두 올랐다.
유가 상승은 리비아 송유관 폭발 사고, 북해 포티스 송유관 균열로 유가가 들썩였던 지난해 말에 이어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공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세 번째 생산 규모를 갖춘 국가로 하루 38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한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새해까지 이어지면서 원유 생산·수출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미 한파, 유가 거래 시 사용하는 달러 약세 역시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지난해 말 이후 지속된 한파로 인해 천연가스를 비롯한 난방연료 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말 93이 무너진 뒤 새해 들어선 92를 오르내리고 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를 높여 생산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도 위험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일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2% 줄고, 70달러까지 오를 경우 GDP가 0.59%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업종별로 보면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재고 자산 평가액이 늘지만 원가 부담이 증가한다. 항공·해운업계도 연료비 부담이 커진다. 반면 조선·건설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관련 설비 수주가 늘 수 있다.
현재 유가 상승은 단기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지는 수급 측면을 고려해 봐야 한다.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거의 모든 연안에서 석유와 가스를 시추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서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이 하루 1100만 배럴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겁없는’ 국제유가 ‘초조한’ 국내경제
입력 2018-01-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