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전 점프’ 차준환, 대역전 평창 티켓

입력 2018-01-07 19:10 수정 2018-01-07 21:57
차준환이 7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2018'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연기를 펼치고 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68.6점을 받은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의 84.05점을 합해 총점 252.65점으로 1위에 올라 1∼3차전 합계에서 이준형을 2.13점 차이로 따돌리고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했다. 윤성호 기자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대표팀이 가려졌다. 남자 피겨 싱글에서는 차준환(17)이 20점차의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선보인 끝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16년 만이다. 여자 피겨 싱글의 간판인 최다빈(18)도 평창행을 확정했다.

차준환의 우승은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총 3차례 중 1∼2차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차준환은 431.58점으로 선두 이준형(22·459.12점)보다 27.54점이나 뒤처졌다. 마지막 3차전에서 이준형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한 평창행이 예상됐다.

지난 6일 3차 선발전을 겸한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2018’이 열린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반전의 서막이 시작됐다. 차준환은 이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84.05점을 얻으며 1위에 올라 이준형과 격차를 20점차로 좁혔다. 이튿날인 7일 같은 장소에서 이준형이 먼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연기에 나섰다. 이준형은 영국 록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에 맞춰 연기를 했지만 트리플 악셀 착지 과정에서 넘어졌다. 트리플 살코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마지막 9번째에 나선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일 포스티노’에 맞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성공했다. 필살기인 쿼드러플 살코도 깨끗하게 소화했다. 이후 다양한 과제들을 실수 없이 수행하며 무대를 마쳐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차준환은 3차 선발전에서 회심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그는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앞두고 기존 ‘플래닛’에서 지난 시즌 버전인 ’일 포스티노’ 음악으로 교체했다. 차준환은 “기존 프로그램을 펼치다 부상 당했는데 좋은 기억이 있는 예전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시작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두 차례 시도하던 쿼드러플 점프를 한 차례로 줄여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것도 도움이 됐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68.6점을 얻어 합계 252.65점을 따냈다. 1∼3차 선발전 합계 684.23점으로 이준형(682.1점)을 2.13점차로 제치며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차준환은 “준비하는 기간 동안 부상도 있었고 긴장감도 있었지만 이번 시합만큼은 스스로 연습한 것처럼 자신감 있게 마쳤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연습한 만큼 제 기량을 펼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다빈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6.01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64.11점)과 합해 총 190.12점으로 대회 2위에 올랐다. 전날 쇼트에서 4위에 그쳤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무결점 연기를 펼치며 고득점에 성공했다. 앞서 1, 2차전 선발전의 성적과 이날 점수를 합해 540.28점을 기록했다.

최다빈은 지난해 모친의 갑작스러운 별세와 부츠로 인한 왼쪽 발목 부상까지 당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은 최다빈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평창 무대에 서게 됐다. 그는 “특히 엄마가 많이 생각난다. 옆에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것이다”고 울먹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하늘(16)도 1∼3차 선발전 합계 510.27점을 얻어 평창행을 확정지었다.

한편 피겨 단체전에서 ‘남북 단일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타격이 우려되는 페어의 김규은(19)-감강찬(23) 조는 이날 대회 페어 부문에 단독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직후 김규은은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신경을 쓰면 훈련이 되지 않기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글=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